[엔화 6년만에 최저…일본경제 불안]대출회수땐 한국도 큰 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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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무디스사의 일본 국가신용등급 변경은 일본경제의 총체적인 불안을 반영한 것이다.90년 이후 8년동안 경기침체에 빠져있는데도 일본정부가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뒷북만 치는 데 대한 불신감이 짙게 깔려 있다.

영국의 권위지인 가디언과 인디펜던트가 3일 동시에 '일본경제는 붕괴 일보 직전' 이란 1면 머릿기사를 다루면서 일본이 아시아 통화위기에 휘말릴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이 때문이다.

2일 뉴욕 다우존스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8천9백97.64달러를 기록, 9천달러대를 목전에 둔 반면 일본의 주가.환율은 연일 폭락을 계속하자 도쿄 (東京) 금융전문가들도 국제투기자본의 공격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일본경제가 계속 맥을 못추자 제2의 아시아 통화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엔화 약세는 또 한차례 주변국 통화의 약세를 가져오고 이는 이들 국가의 대외 채무부담 증가로 이어져 모라토리엄을 선언케 할 우려가 있다.

일본이 가진 불황 회복을 위한 카드중 하나는 엔화 약세를 저지하기 위해 일본 정부.금융기관이 보유한 2천7백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정부채를 매각하는 것이다.그러나 이는 미.일 경제전쟁이라는 파국적인 상황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또 하나의 카드는 일본이 아시아 등 세계 각국에 빌려준 대출금을 무차별 회수하는 것. 한국.인도네시아.태국 등 대일 (對日) 부채 비중이 높은 국가들로선 악몽일 수밖에 없다.

서울 외환시장의 원화가치가 3일부터 다시 폭락세로 반전한 것도 이런 카드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도 급증하는 무역적자를 고금리.달러 강세를 좇아 몰려드는 자본수지 흑자로 메우고 있는 불안한 상황이어서 일본을 언제까지 궁지에 몰아넣을 수 없는 상황이다.미.일 양국간 힘겨루기가 어떤 식으로 타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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