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확산·IMF압력 등 인도네시아 4중고로 신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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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인도네시아 경제개혁을 위한 국제통화기금 (IMF) 과의 협상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대학생들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어 인도네시아 사태가 다시 악화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식량위기와 산불로 인한 광범위한 환경파괴까지 겹쳐 인도네시아의 '4중고 (苦)' 는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 반정부 시위 =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일 물라디 법무장관을 통해 "현재의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대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 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대학생 대표들은 "학생들의 시위방향을 파악, 진압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군의 저의가 깔려 있다" 며 대화를 거부했다.

이에 앞서 수하르토의 고향인 자바섬 중부 요자카르타시 가자흐 마다대 대학생 1만5천여명 등 2만여명은 2일 교내와 시내에서 수하르토 대통령 하야와 경제개혁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이다 출동한 보안군경찰과 충돌, 시위대중 2백3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목격자들은 경찰이 시위학생들에게 곤봉을 무차별로 휘둘렀다고 전했다.

◇ IMF협상 부진 = 협상대표로 자카르타를 방문한 IMF 피셔 부총재는 3일 "협상에 상당한 진전은 있었으나 7백30억달러에 이르는 기업 외채문제 등 주요 사안은 아직 합의가 이뤄질 전망이 없다" 며 우려를 표명했다.

캉드쉬 IMF 총재도 2일 "인도네시아 정부가 약속한 개혁을 실행하지 않을 경우 4백30억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즉각 중단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 식량난 = 유엔개발계획 (UNDP) 은 1일 인도네시아 주민 7백50만명이 곧 식량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UNDP는 성명을 통해 "빈곤층 농가 8백만가구중 1백50만가구가 이미 하루 두끼 이하의 식사로 연명하는 실정" 이라고 밝혔다.

빠른 시일 안에 수백만t의 식량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극심한 사회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진단됐다.

◇ 산불 = 유엔은 2일 최근 두달동안 인도네시아 동칼리만탄주 등 1천곳 이상에서 발생한 산불로 최소한 15만㏊의 열대우림이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를 방문중인 유엔환경계획 (UNEP) 의 클라우스 토플러 국장은 이날 수하르토 대통령과 산불 진화방안을 협의한 뒤 "이번 산불은 지구촌 가족에 대한 도전" 이라며 "산불진화를 위한 유엔 차원의 대책을 마련중" 이라고 밝혔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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