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표 꽃남’ 오구리 슌 “한국 감독 작품 출연하고 싶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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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의 루이 역할을 끝낸 후 분위기 변신을 위해 머리를 짧게 자른 오구리 슌은 “최근 한국판 ‘F4’를 봤는데 다들 너무 멋있더라”며 한국 배우들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제이박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꽃미남’이 집단으로 등장하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이하 ‘꽃남’)’는 젊은 남자 배우 여러 명을 스타로 키워냈다. 한국만이 아니다. ‘꽃남’의 ‘원산지’인 일본에서 네 명의 남자 주인공 ‘F4’ 중 여성들에게 가장 큰 지지를 얻은 ‘루이(한국판 윤지후)’를 연기했던 오구리 슌(26). 2005년 제작된 TBS 드라마 ‘꽃남’의 ‘루이’역을 맡기 전까지 그저 ‘재능있는 신인’ 정도였다. 하지만 이 작품을 거친 후 일본은 물론 아시아가 주목하는 배우로 쑥쑥 성장하고 있다.

‘꽃남’은 물론 드라마 ‘고쿠센’, 영화 ‘크로우즈 제로’ 등으로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오구리 슌이 7월 공식 팬클럽을 창단하고 본격적인 한국활동에 나선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류(日流)’가 확산되면서 일본 가수나 배우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배우가 직접 공식 팬클럽을 만들어 한국팬 공략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 “한국과 일본의 문화교류에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는 그를 e-메일 인터뷰했다.

◆꽃미남 연기, 너무 어려웠다=우선 ‘꽃남’에 대한 질문부터. 출연 당시 훤칠한 키(184㎝)와 분위기 있는 목소리로 “모든 여성들의 이상형인 루이 역에 딱”이라는 평을 들었던 그다. 하지만 스스로는 “원래 성격과 너무 다른 역할이라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실제론 루이와는 전혀 다른 ‘제멋대로에 기분파(自分勝手で気分屋)’거든요. 처음 제안이 들어왔을 땐 ‘나를 놀리는 건가’ 싶을 정도였어요. 원작만화의 엄청난 팬인 엄마와 누나도 ‘루이는 너처럼 거칠고 덜렁거리지 않아!’라고 소리쳤다니까요.(웃음)”

하지만 드라마는 예상을 넘어서는 큰 성공을 거뒀고, 2007년에 속편이, 2008년엔 영화로까지 제작됐다. 4년에 걸쳐 루이를 연기했던 그는 “연기를 하면서 ‘이런 놈은 세상에 없다니까!’라고 불평도 했다”며 “하지만 ‘꽃남’은 나에게 큰 인기와 기회를 안겨준 고마운 작품”이라고 했다.

◆곽재용·박찬욱 감독과 일해보고 싶어=‘꽃남’을 끝내고 찍은 영화 ‘크로우즈 제로’는 그가 ‘부드러운 남자’의 이미지를 벗고 돌연 ‘거친 문제아’ 역할을 맡아 주목받은 작품. 지난해 한국에서도 개봉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많은 사람들이 폭력적인 역할로 변신한 제게 주목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필사적으로 연기했습니다. 다행히 반응이 좋았고, 한국팬들까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셔서 너무 놀랐어요. 마침 한국에서 활동해보겠냐는 제안이 들어와 용기를 내 보기로 했습니다.”

최근 영화 ‘크로우즈 제로 2’를 끝내고 연극 ‘무사시’에 출연중인 그는 곧 TBS 드라마 ‘스마일’과 NHK 대하 사극 ‘천지인’의 촬영에 들어간다. 6월 초부터는 한국측 대행사인 ‘제이박스’ 홈페이지 (www.jboxent.com)를 통해 팬클럽을 모집한 후 한국을 방문해 팬들과 직접 만남도 가질 예정이다.

한국 진출을 계기로 평소 좋아하는 한국 감독들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한국 영화를 무척 좋아해요. 셰익스피어 원작의 잔혹비극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라는 연극에 출연할 당시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을 참고 삼아 봤는데 정말 재밌었습니다. ‘엽기적인 그녀’를 만든 곽재용 감독과도 함께 일해보고 싶습니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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