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임시직 장기고용 붐…업무 연속성·전문성 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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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미국 노동시장에서 '장기고용 임시직' 이 늘고 있다.근로자 파견업체나 용역회사에 소속된 임시직이면서 특정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하는 근로자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최근에는 이들을 지칭하는 '퍼머템 (perma - temp)' 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임시직의 근무기간은 3~6개월이 보통이지만 최근엔 5년 이상 일하는 경우도 적지않다.미국의 임시근로자는 지난 90년만 해도 1백10만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2백50만명으로 늘어났고, 그중 장기근무자가 20만명에 이른다.미 기업의 5분의1이 전체 근로자의 10%이상을 임시직으로 충원하고 있다.마이크로소프트 (MS) 와 AT&T.인텔.휴렛 팩커드.보잉 등 하이테크 기업들이 특히 퍼머템을 많이 활용한다.직원이 1만7천여명인 MS의 경우 임시직이 5천여명, 그중 장기고용자가 1천5백여명에 이른다.

미 기업들이 퍼머템을 선호하는 이유는 해고가 손쉽고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임시직의 장점에다 업무의 연속성 및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MS의 경우 퍼머템 (전문기술직) 의 급여수준은 정규직보다 1만4천달러가 더 적은 연평균 8만달러 (세금 대납 및 연 2백시간의 연장근무 수당까지 포함)에 불과하다.회사 전체로 따지면 임시직 1천명당 2천4백만달러의 절감효과가 있다.

퍼머템 고용 확대에 대해 기혼 여성들은 근무시간 및 휴무 조정이 자유스럽다는 점에서 이를 환영하는 편이다.그러나 나머지 대부분은 신분이 불안하고, 차별대우를 받기 때문에 기회만 있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려고 한다.이 때문에 MS는 일부 임시직 근로자들에 의해 소송을 제기당한 상태다.한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도 단지 임시직이라는 이유 때문에 차별대우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특히 장차 큰 수입이 보장될 스톡 옵션의 혜택을 못받는 것이 이들의 가장 큰 불만거리인 것으로 전해진다.

뉴욕 = 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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