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ASEM외교]첫날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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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1일 오전 (이하 한국시간) 런던 히드로공항에 도착, 아시아.유럽정상회의 (ASEM) 참석 일정에 들어갔다.

○…金대통령은 런던으로 향하는 특별기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4대 대선 패배후 영국 케임브리지에 체류했던 시절을 회고했다.金대통령은 "내가 살던 아파트 이웃 주민들이 내가 한국의 대통령이 돼 돌아온 것을 알면 감개무량할 것" 이라며 자신의 소회 (所懷) 를 대신. 金대통령은 "당시 아파트에서 한국 음식을 해먹으니 이웃집에서 냄새가 난다며 관리사무소를 통해 항의해왔다" 면서 "나중에 케임브리지대의 한 여교수가 아파트사무장에게 '그 사람이 누군지 아느냐. 굉장한 사람이다' 고 말해 준 덕분에 사무장이 그 아파트에 내 성을 따 '킴스 로지 (Kim' s Lodge)' 라고 이름을 붙이겠다고 했다" 고 소개했다.

이번에 정상회담을 가질 주룽지 (朱鎔基) 중국총리에 대해 金대통령은 "지난 96년 10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만나 구면이어서 이번에 만나면 참 반가울 것" 이라고 말했다.金대통령은 "당시 경제담당부총리였던 朱총리는 헬리콥터 편으로 내 숙소를 찾아와 '한국정치인은 만난 적이 없는데 김대중씨는 정치인이기보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살아온 역정에 대한 존경심에서 만나러 온 것' 이라고 말했다" 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각각 10분씩 얘기하기로 했는데 朱총리가 25분을 얘기해 내가 '시간약속을 못 지킨 것은 당신 책임' 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었다" 고 미소지으며 덧붙였다.金대통령은 자신은 야당총재에서 대통령으로, 朱총리는 부총리에서 총리로 각각 '성공' 해 재회하게 된 인연에 대해 감회 깊은 표정을 지었다.

한편 런던 히드로공항에는 과거 대규모 교민환영단이 나왔던 종전과 달리 청와대의 의전간소화 방침에 따라 10여명의 교민이 조용히 金대통령 부부를 맞았다.영국측에서는 엘리자베스 여왕을 대표하는 로드 해스켈 남작과 영국정부대표인 마이클 파이크경이 나와 金대통령을 영접했다.

○…金대통령은 개별 정상회담 상대방의 최근 발언록을 읽어가며 이에 대한 준비도 했다.

특히 金대통령은 주최국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프랑스의회에서 행한 '제3의 길 (The Third Way)' 이란 제목의 연설에 관심을 표시. 블레어 총리의 연설은 정부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자유방임' 도, '국가통제' 도 아닌,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내용. 이에 따라 金대통령과 블레어 총리의 정상회담에서는 경제개혁 방안이 화두 (話頭) 로 등장할 것으로 수행원들은 전망했다.

○…金대통령은 도체스터호텔에서 재영 (在英) 동포 3백50여명과 리셉션 행사를 갖고 새 정부 출범의의와 경제난국 극복노력을 설명. 金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세계 5백50만 재외동포와 본국과의 긴밀한 관계가 맺어져야 한다" 고 강조.

런던 =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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