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사 부실원인·파장]준비된 불행…금융 구조조정 0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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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종금사에 이어 리스사가 금융기관 구조조정 1순위로 등장했다.리스업계는 7조5천억원에 달하는 부실채권과 2백20억달러의 외화 부채에 짓눌려 사실상 영업정지 상태다.

리스사의 부실규모는 지난 96년말의 2조6천억원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났고 절반이 넘는 리스사는 부실규모가 자기자본을 넘어선 상황이다.리스사들은 이제 안팎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자금줄마저 끊기고 있다.

리스회사의 핵심적인 자금조달원인 리스채는 한때 소화율이 90%를 넘어섰지만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어 1월에는 7.4%로 떨어졌다.여기에다 리스회사가 갚아야 할 돈의 만기는 꼬박꼬박 돌아와 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리스업계의 리스채 발행잔액은 2월말 기준으로 12조4천억원. 적어도 올해중에만 5조원이 넘는 자금을 상환해야 하는데 신규 리스채의 발행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서는 갚을 길이 막막하다.

외화부분의 유동성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올해 갚아야 할 해외 단기차입금만 4억4천만달러에 이르지만 신규 자금조달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왜 이렇게 됐나 = 지난해 외환위기 이후 빚어진 자금난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90년대초부터 시작된 과당경쟁과 책임없는 경영구조에서 불행은 이미 예고된 셈이다.73년 산업리스가 설립된 후 88년까지 8개사에 불과했던 리스사가 89년부터 무더기로 난립하면서 2년만인 91년에는 25개사로 늘어났다.

여기에 리스업무를 겸하는 종합금융사와 신기술금융회사까지 뛰어들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그만큼 수익성이 나빠진 것은 당연하다.

박한 수익률로 실적 늘리기에 나선 리스사들은 엄격한 심사는 커녕 심사전담부서조차 없이 대출에만 혈안이 돼 부실을 키웠다.

◇ 예상되는 문제 = 당장 리스사를 통해 시설재를 들여오던 중소기업들의 타격이 커진다.더 심각한 문제는 리스사가 무너질 경우 대주주인 은행은 물론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치명적인 손실을 보게 된다는 점이다.

◇ 대책은 있나 = 리스업계는 정부에 대해 ▶성업공사를 통한 부실채권 인수▶신용보증기금의 차환용 리스채 보증▶금융기관 채무의 일괄적 상환기간 연장 등을 건의하고 있다.

또한 은행의 구조조정과 연계해 ▶퇴출 리스사의 모은행 인수 유도▶인수은행에 대한 리스 겸영 인가▶금융채 발행한도 증액▶인수 부실자산의 성업공사 매각 허용 등을 희망하고 있다.

대부분의 모은행이 리스사 매각을 원하지만 팔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모은행의 흡수통합도 은행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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