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소 계장인데…" 한마디에 131개 업소서 6400만원 입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9면

지난달 1일 임모(34.무직.경기도 성남시)씨는 업종별 전화번호부에서 찾은 K폐기물 처리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세무서의 부가가치세 담당 계장으로 자신을 소개한 임씨는 "유망 중소기업에 부가세를 특별 환급해주는 내용이 실린 세정개혁 안내 책자를 보냈는데 반송됐다"며 "서류에 필요한 수입인지 대금을 내면 부가세 2900만원을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 신고기간이 지났지만, 과장에게 잘 이야기해 특별히 처리해 주겠다"고 선심 썼다. 여기에 속은 K사는 임씨 통장에 297만원을 곧장 입금시켰다.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는 13일 전화번호부에서 무작위로 추려낸 1200여 업체에 전화를 걸어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전국 각지의 중소기업 131개 업체에서 6400여만원을 받은 혐의(사기)로 임씨 등 2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임씨는 세무 안내책자를 발송하는 데 필요하다며 2만~3만원씩 요구해 기업들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돈을 입금하자 부가세 환급 명목으로 200만~300만원씩 보내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가세 환급은 수출이 많거나 시설투자가 늘어 매출세액보다 매입세액이 많은 기업에 세금의 초과분을 돌려주는 제도다.

임장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