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한·미 정상, ‘2012년 전작권 전환’ 재검토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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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2012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에 한·미 연합 전력을 약화시키는 빌미가 있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우리도 같은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상당한 정도 진행된 전작권 전환작업을 아예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반대한다. 다만 상황이 달라진 만큼 2012년으로 못 박은 전환 시기를 일정 기간 유예하는 방향으로 재검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과의 재협의가 요구되는 사안이다.

북한의 2차 핵실험은 한반도 긴장을 결정적으로 고조시키고 있다. 2차 핵실험까지 한 마당에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 포기 의사를 밝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북한은 수년 안으로 핵무기를 실전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대북한 압력이 강화될 것이며 북한의 도발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이 도발을 하는 상황은 우리로선 최악의 안보 위기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올해 초 북한은 2012년에 ‘강성대국’을 달성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2012년까지 핵무기 실전배치를 노리고 있다고 관측해 왔다. 2차 핵실험 이전까지 이런 관측은 기우(杞憂)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런 여건 아래 한·미 연합 전력의 중대한 변경이 이뤄지고 만의 하나 안보태세에 허점이 생긴다면 치명적이다.

2012년은 공교롭게도 한·미 양국에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다. 선거전의 어수선한 분위기에다 한·미 연합 전력 구조의 틀이 뒤바뀌는 상황은 치명적인 취약점이 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이뤄진 한·미 간 전작권 전환 논의가 양국 사이에 충분한 신뢰와 이해를 토대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기에 더욱 그렇다. 노 대통령 임기 내내 한·미 동맹관계는 최악이었고 이런 분위기가 전작권 전환 논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일례로 전환 시기를 2015년으로 하자는 우리 입장에 대해 미 측은 하루빨리 전작권을 가져가라며 2009년을 제시했었다. 오랜 동맹관계를 배려하지 않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장면이었다고 볼 수 있다. 전작권 전환 시기가 충분한 검토 없이 결정됐을 가능성을 우려케 하는 대목이다.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이 다음 달 16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시기를 늦추도록 요청할 것을 제안한다. 그것만으로도 북한 핵실험으로 인해 촉발된 작금의 안보 불안을 일정하게 가라앉혀 경제위기 극복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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