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모습을 드러내리라곤 상상도 못하던 고조선 토기들이 대거 출현해 학계는 놀라움과 함께 흥분에 싸여 있다.
그동안 국내에는 실물이 한점도 없어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북한의 자료사진만을 전시하고 있던 고조선 미송리형 (美松里刑) 토기가 한 소장가에 의해 31일 7점이나 공개됐다.
경기도 의왕시에 사는 김영길 (金永吉.81) 옹이 소장한 이 유물은 그의 부친인 김봉명 (金鳳明. 북한에서 생사불명) 씨가 일제 때 구입한 것으로 지금까지 가치를 모른 채 보관해 오다가 이날 공개한 것. 토기들이 일상에 쓰인 후 실로 3천년만에 다시 햇빛을 보게 된 것이다.
고조선 미송리형 토기는 기원전 10세기에서 기원전 5세기까지 청동기시대를 대표하는 무문토기로 지난 59년 3월 북한이 평북 의주군 미송리 동굴유적에서 발굴해 널리 알려졌고, 북한에서는 비파형 (琵琶型) 동검 (銅劍) 과 함께 고조선의 표지 (標識) 유물로 '최고의 토기' 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토기는 북한 박물관이 소장한 토기들보다 상태가 더 온전해 놀라움을 더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토기에는 표주박의 위아래를 잘라낸 모양에 표면이 매끄럽고 고리모양의 손잡이까지 달린 전형적인 미송리형 토기 2점을 비롯, 목부분이 짧거나 바루 (鉢盂) 모양의 토기 등 변형 미송리형 토기들이 5점이나 포함돼 있어 연구자들에겐 그 자태가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전국에서 소식을 듣고 공개현장으로 달려온 학자들은 한동안 눈을 의심하며 찬탄을 금치 못했다.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서 올라온 이 분야의 권위인 정한덕 (鄭漢德. 부산대. 고고학) 교수는 "미송리형 토기가 여기서 나타나다니…" 라며 말을 잇지 못하다 "이렇게 다양한 토기들이 한자리에 모인 게 믿기지 않는다" 며 감탄했다.
정영호 (鄭永鎬. 교원대 박물관장) 교수는 "광복 이래 고고학계에 내린 최대의 선물" 이라며 한동안 상기된 표정이었다.
한편 토지박물관 (관장 許秀中) 도 최근 미송리형 토기 1점을 중국을 여행한 한 수집가를 통해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보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