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친절왕, 셔틀버스 기사 이인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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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백화점 셔틀버스 운전기사. 다람쥐 쳇바퀴 돌듯 정해진 코스를 도는 게 고작인데 잘해봤자 오십보 백보 아니냐고 반문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분야에도 팬클럽이 생길 정도로 빛나는 스타는 있다.

신세계백화점 미아점의 이인수 (李仁秀) 씨. 잘 생긴 것도 아니고 나이는 이미 65세다.

가족이나 이웃들이 투서 (?

) 를 해서 탄생시킨 사이비 스타도 아니다.

팬클럽은 서울번동 주공아파트 4단지 사람들. "좋아하는 이유요? 꼭 찍어 얘기하긴 어렵지만 느낌이란 게 있잖아요. 며칠 못보면 궁금해지고, 보고 싶지요. 혹시 안 나오시면 안부를 묻게 되죠. " 주민들이 '가족같은 느낌' 을 갖도록 한 비결은 무엇일까. "요새 젊은이들이 말하는 몸값이란 게 있지요? 고속버스 운전기사를 하다 정년퇴임하고 나니 그게 절실하더라고요. " 李씨는 3년 전 채용되자마자 거울을 상대로 인사연습을 했다.

또 승객을 손자.며느리.집안 어른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익혔다.

얼굴 표정에서 반가움이 배어나오도록 하기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버스를 세워놓고 "공짜 차 타고 백화점 놀러갑시다" 라며 접근했다.

"애견도 태워주고, 급히 병원에 갈 때도 너무 고맙게 해주시니…" "백화점 첫인상을 좋게 합니다" "승용차 대신 이기사님 차를 이용해요" 지난해 하반기 친절사원 선발 때 소비자들로부터 이런 내용의 편지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판매.안내직에서 차지해왔던 자리에 운전기사로서 연거푸 2회나 선발됐다.

지난달 6개점포 8천여 직원중 단 한 사람을 뽑는 97년 친절왕 자리도 그가 차지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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