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프랑스·독일, '유럽협력' 선언…모스크바서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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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러시아.프랑스.독일 등 유럽 3국 정상들은 26일 유럽내 재난에 대처하기 위한 3국 공동 구호부대 창설 등 4개항에 합의했다. 유럽의 문제를 유럽인의 시각으로 논의하고 타개책을 모색해 나간 최초의 모임으로 평가되는 이번 3국 정상회담에서 정상들은 이밖에도 ▶런던~파리~베를린~모스크바간 도로건설의 촉진▶차세대 수송기 AN - 70기 공동개발▶3국 대학간 교류의 확대와 공동역사연구회의 창립 등에 관한 기본원칙에도 합의했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 헬무트 콜 독일총리는 "이번 회담은 다음 세대가 유럽에서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 만들어 낸 선물이자 기회" 라고 지적했고,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이번 회담은 실질적인 다극화 체제를 만들어내기 위한 기초" 라고 이번 회담을 평가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 전문가들은 "미국이 배제된 가운에 러시아의 주도로 3강국 정상들이 유럽을 위해 새로운 협력의 장을 연 것은 18세기 이후 처음 있는 일" 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은 러시아의 외교력 확대와 러시아.유럽간 유대강화는 물론 미국의 대 (對) 유럽 영향력 약화를 노리는 러시아의 생각에 독일과 프랑스가 일부 동조해 성사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첫걸음에 불과하며 3국의 정치적 결속력이 미국에 대항하는 세력으로 모습을 드러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정상회담에서 이라크 사태 및 코소보사태 등 주요한 외교현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이번 회담에서 3국 정상회담 정례화가 합의된 것은 큰 진전이자 러시아 외교로서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모스크바 = 김석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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