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북투자자율' 성과 거두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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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다음달부터 대북투자가 전면 민간기업 자율에 맡겨지게 됐다.

투자규모.투자품목과 관련된 정부제한을 풀고 관련절차도 간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업총수의 방북도 허용하고 이산가족 상봉계획도 진일보했다. 이는 정경분리 원칙에 입각해 교류.협력을 증진하겠다는 새 정부 통일정책의 구체적 실천방안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막힌 남북관계를 뚫고 현실적 통일에의 접근을 위해서는 교류.협력 이외의 다른 길은 없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새 정부의 통일정책을 북은 변하지 않았는데 우리만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경색된 남북관계를 복원하자면 서두를 것은 서둘러야 한다고 본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 방향과 실천 방식이 제대로 됐느냐에 관심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경협에 관한한 우리가 주도적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북이 아무리 개혁.개방을 지향한다 해도 그들에겐 노하우가 부족하고 재원이 없다.

우리 경제형편도 어렵지만 경우에 따라선 북의 저렴하면서도 고학력의 노동력을 이용한다면 경제성을 올릴 수 있는 투자부문이 있을 것이다.

경협을 통해 개혁.개방의 길을 가르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쪽만 대북투자 자율을 외치고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겠다고 서둘러봤자 북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밖에 없다.

정경분리라지만 남북 당국간의 교섭과 절충이 전제돼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예컨대 남의 인천과 북의 남포간 물류비용이 부산~블라디보스토크와 맞먹는다. 게다가 소요시간은 3배가 넘는다. 이런 악조건 속에선 남북교역 자체의 채산성이 없다. 남북 당국간 협의와 조정을 통해 이런 걸림돌을 제거하는 적극적 경협자세가 필요하다.

일방적 자율경쟁에 맡겨지면 과열경쟁에 따른 뒷돈 거래 같은 부작용도 예상된다. 가족 상봉도 북이 침묵하면 이산가족들은 또 한번 좌절만 할 것이다. 교류.협력의 공적 채널 확보와 투명성을 위해서도 남북 당국간의 공식적인 협력체제와 약속보장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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