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부처이기주의 '작은정부' 발목, 공무원 참여 유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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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작은 정부를 구현하려면 정부조직의 감축에서만 끝나서는 안된다.

조직감축과 함께 정부기능도 축소 조정해야 한다.

민간에 맡겨도 될 일을 정부가 일일이 관여한다면 결코 작은 정부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정부의 과잉규제를 해소시키는 행정규제 개혁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가 된다.

김영삼 (金泳三) 정부도 행정쇄신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나름대로 행정규제 개혁을 위해 노력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행정규제를 집행하면서 행정규제의 실상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공무원들을 행정규제 개혁작업에 효율적으로 동원하지 못했다는 점이 그 한 이유가 된다.

이와 함께 행정규제 개혁의 결정권을 공무원들에게 독점시켰다는 점도 실패의 이유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공무원들은 자기의 권한이나 이익이 축소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뿐만 아니라 소속기관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부처이기주의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통상의 행정명령으로서는 행정규제 개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행정규제 개혁에 대한 공무원들의 저항이나 복지부동을 타파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들을 법제화하고 행정규제 개혁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제반 장치들을 설정하는 행정규제 개혁 특별법을 제정해야한다.

이같은 조건아래서 다음과 같은 일을 강력하게 추진할 때 비로소 행정규제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모든 공무원에게 담당업무에 관련된 과잉규제 내용과 그 해소방안을 마련해 일정한 기간안에 제출토록 의무화한다.

또 제출된 내용에 대해 사후평가를 실시해 우수한 의견을 제출한 공무원에게는 승진 등 인사상 우대를 하도록 한다.

행정규제 개혁을 외면하는 공무원에게는 공직에서 퇴출시키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게 해 공무원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한다.

둘째, 모든 행정분야에 걸쳐서 행정규제 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행정 분야별로 행정규제개혁위원회를 설치한다.

공무원의 부처이기주의를 견제하고 민간대표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시키기 위해 위원회의 구성은 정부대표보다 민간대표가 맡도록 하고 위원장도 민간대표가 맡도록 한다.

셋째, 공무원 및 민간인으로부터 제출되는 행정규제 개혁에 관한 모든 의견은 행정 분야별로 해당 행정규제개혁위에서 심사해 채택여부를 결정토록 한다.

넷째, 행정규제개혁위에서 과잉규제의 해소가 시급하다고 결정할 때는 비록 당해 과잉규제 조항의 개정전이라도 당해조항의 효력을 우선 정지시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행정규제개혁위를 거치면 규제개혁의 효과가 즉시 발휘될 수 있게 한다.

홍범기〈신아관세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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