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색깔논쟁 비화 경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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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풍시비가 진상은 밝혀지지 않은 채 여야의 색깔논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여야가 서로 상대당이 불순한 정치목적으로 북쪽과 내통했다고 주장하고, 진실은 오리무중이니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이런 정당들에 정치를 맡기고 있는 국민들은 나라의 장래가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해 불안하기만 하다.

작금의 이러한 색깔시비는 여야가 정치파트너로서 지켜야 할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한쪽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 적 (敵) 과 동침을 했다" 고 하고, 다른 한쪽은 "한국에 이북의 노동당 2중대가 있다" 는 식이다.

임시국회의 긴급현안 질의에서도 '북한커넥션' '내통' 등의 단어를 써가며 서로 상대를 비판하고 있다.

정치파트너는 고사하고 아예 믿지 못할 상대로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상대방의 이념적 정체성까지 의심하는 양상으로 사태가 전개되면 우리 정당체제는 결국엔 체제 - 반체제 시비로 확대되며 이런 환경에서 여야공존이란 있을 수 없고 죽고 살기의 투쟁만이 남는다.

이러한 시비를 판단할 자료가 없는 국민들로선 여든, 야든 모두 믿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도대체 우리 정치인들은 어떤 사람들 이길래 자신의 체제를 위협하는 적과도 이런 식의 행동을 벌이는가 하는 총체적 불신만 확대됐다.

특히 북한이 우리 정치인들의 노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쾌재를 부를 것인가.

이러한 색깔시비는 우리 내부적으로나 대북 (對北) 관계로나 어느 것 하나 이로울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나라의 존립기반이 무너지는 줄도 모르고 상대당을 궁지에 몰아넣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이러한 색깔시비는 소모적이며 결국은 흐지부지되게 마련이다.

지금 국력을 이러한 비생산적인 시비에 소모할 정도로 우리가 한가하지 않다.

실업의 고통은 커지고 문닫는 공장은 늘어만 가는데 나라는 온통 북풍시비니 제 정신이 있는가.

북풍의 진상은 제대로 밝혀 다시는 정당들이 정권획득이나 유지를 위해 북쪽과 연계된 장난을 못하게 해야 한다.

여야는 성명전을 끝내고 조용하고도 신속하게 사건을 마무리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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