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을 노린다…5∼6개 벌처펀드 잇따라 국내 상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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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경영난에 빠져있는 부실기업을 인수한 뒤 회생시켜 되파는 외국 벌처펀드의 국내 상륙이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부실기업을 전문적으로 인수해 정상화시키는 '부실기업 정리회사' 의 설립이 다음달부터 허용됨에 따라 투자적격 부실기업을 선점하려는 외국 벌처펀드 의 물밑 경쟁이 활발히 벌어질 조짐이다.

이미 미국 투자금융회사인 로스차일드가 한라그룹에 10억달러를 지원키로 한 것도 관련업계에서는 사실상 벌처펀드의 성격을 띤 투자로 보고 있다.

벌처펀드 상륙 소식은 관련 기업의 주가에도 즉각 반영되고 있다.

한보철강이 지난 22일부터 3일째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으며 삼양식품도 6일째 상승행진을 벌이는 등 벌처펀드 투자대상 기업들의 주가가 회복세를 탄 것이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는 최근 일본에서 벌처펀드 사업을 벌여온 시큐어드 캐피털을 비롯한 미국계 금융그룹 산하 5~6개 벌처펀드가 국내로 관심을 돌리고 본격적인 투자대상 기업 선정에 착수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 부실기업은 화의나 법정관리가 진행되면서 채무가 동결돼 채권관계가 명료하고 인수시 세제혜택도 볼 수 있어 잘만 고르면 오히려 높은 투자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외국 벌처펀드에 매력으로 작용한다는 것. 벌처펀드는 우선 국내 부실기업의 주식을 매입하거나 채권을 떠안아 경영권을 인수한 뒤 대폭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정상화된 기업을 다시 매각해 투자차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투자대상 기업들은 시장지배력이 높거나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를 비롯해 유명브랜드나 우량 부동산을 보유, 자금만 유입시키면 바로 되살아날 수 있는 기업들로 압축되고 있다.

아시아M&A 조효승사장은 "경제여건이 안정되면서 부실기업을 찾는 외국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 면서 "외국인들은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3년안에 두배의 수익을 올리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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