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PO준결 기아전 2연패 이충희 '울고 싶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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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3일 기아와의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준결승 2차전이 끝난 후 LG 이충희 감독은 "선수들이 노련미.포스트싸움 등 모든 면에서 완패했다" 고 시인했다.

자존심 강한 이감독이 이처럼 패배를 자인하는 경우는 드물다.

정규리그에서 이감독은 '완패' 라는 말을 한번도 입에 담은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날 이감독의 완패 선언은 놀랍기까지 했다.

이충희 감독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결코 기아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

5전3선승제의 준결승에서 홈 2연전을 모두 놓쳤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감독은 LG선수들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남은 3게임을 모두 따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고 느끼는 만큼 이감독의 가슴속은 터질 듯한 분노로 가득 차 있다.

분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시아 최고의 슈터로 꼽히던 슈퍼스타로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수모를 당했기 때문이다.

기아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LG를 '가지고 노는' 듯한 경기로 이감독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현대 선수로 활약할 당시 기량을 겨뤘던 허재.강동희가 LG 선수들을 농락하는 장면은 참을 만했다.

그러나 이감독이 작전을 바꿀 때마다 기아 벤치에서 "그 정도는 이미 안다" 는 듯 맞대응 전략을 구사할 때는 참담했다.

이충희 감독의 자존심은 상할대로 상했다.

정규리그 준우승의 전과는 이감독 안중에도 없다.

남은 경기에서 1승이라도 빼내지 못하면 가슴속에 응어리를 안은 채 올시즌을 마감하게 된다.

25일 부산에서 벌어지는 기아와의 3차전이 매우 치열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감독은 이 한판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고 막판에 몰린 LG선수들도 사력을 다할 것이 확실하다.

창원 =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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