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금 금리 올리면 역효과 … 과잉 유동성은 차후 해결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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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좀 풀렸다고 금리를 올리면 역효과가 더 크다. 과잉 유동성 문제는 나중에도 해결할 수 있다.”

신현송(50·사진)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25일 국내에 돈이 많이 풀린 게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바쁜 세계 석학 중 한 명인 그는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세계경제의 ‘자유낙하’는 끝난 것 같지만 조만간 바닥을 치고 급속도로 회복될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 모두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의 교훈을 잊었다”고도 했다. 미국은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화끈한 금융개혁을 요구했으면서도 이번에는 정작 자신에겐 느슨한 스트레스 테스트 기준을 적용하는 잘못을 했다는 얘기다. 또 금융 시스템을 뜯어고치지 못해 외화 유동성 위기를 다시 맞은 한국도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상경대에서 주는 제2회 ‘조락교 경제학상’을 받기 위해 이날 한국을 방문한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잉글랜드은행 고문, 국제통화기금(IMF) 상주학자 등을 지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자문 교수도 맡고 있다.

-변동성 지수 의 하락 등 지난주 미국 금융시장에서 회복의 기미가 보였다.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최근 말했듯 ‘자유낙하’는 끝난 것 같다. 그러나 곧 바닥을 치고 회복될지는 알 수 없다. 금융부문의 부실자산 문제는 그대로다. 실업률이 계속 오르는 만큼 소비도 줄 것이다. 가뜩이나 의료보험 비용 등으로 재정 상태가 안 좋았는데 부실자산 처리 비용이 더해지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국내에서도 경기 부양 탓에 돈이 지나치게 많이 풀린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히 자산 가격만 보고 과잉 여부를 판단해선 안 된다. 단기부채가 얼마나 빨리 증가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지금은 실물경제 침체기다. 일부 과열된 현상을 잡겠다고 이자율을 올리는 등의 대책을 낸다면 역효과가 더 크다.”

-미국도 영국처럼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이 될 가능성이 있나.

“물론 영국은 국가 부채 측면에서 미국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 그러나 미국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기축통화의 지위를 잃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이 미국 국채, 모기지업체의 부채를 많이 가지고 있긴 하다. 그러나 단순히 채권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기축통화가 바뀌는 건 아니다.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가 완전히 쇠퇴하고 신용도가 낮아져야 가능한 이야기인데 당분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다음 경제위기를 막기 위한 해법은 .

“스위스처럼 은행들의 레버리지(자금 차입)를 직접 규제하는 게 한 방법이다. 스페인처럼 손실이 나기 전에 대손충당금을 미리 적립하게 할 수도 있다. 은행이 직접 채권을 발행하는 ‘커버드 본드(Covered Bond)’ 제도도 도입할 만하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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