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정에 실직동료 위로금도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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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전북전주의 H건설 이경면 (45) 과장은 요즘 주머니 사정이 말이 아니다.

월급과 상여금은 주는데 실직당한 회사 동료.친구들에게 쥐어 주는 실직 위로금 봉투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벌써 다섯 차례에 걸쳐 5만원씩 모두 25만원이 나갔다.

"실직 동료나 친구들의 아픔을 대신할 길이 없어 위로금을 주고 있다" 는 것이 李씨의 말이다.

그러나 "그러잖아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판에 적잖이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 이라고 털어놨다.

실직자들이 늘어 나면서 이들에게 주는 위로금이 새로운 부조금으로 등장하고 있다.

결혼.장례 때 만큼이나 횟수나 액수 면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부조 항목이 됐다.

개인적으로 주는 위로금도 위로금이지만 회사 차원에서 이뤄지는 위로금 갹출도 성행 (?) 하고 있다.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K출판사의 김진규 (39) 씨는 동료 명예퇴직자의 명퇴 수당을 더 주기 위해 노조의 발의로 노조원 1인당 연간 80만원씩을 일괄적으로 공제하기로 해 이래저래 '죽을 맛' 이다.

전북 Y건설에서는 지난달 10여 명이 정리해고를 당했는데 남아있는 70여 명이 1인당 5만원씩 모두 3백50여 만원을 걷어 실직자 1명당 30여 만원의 위로금을 전달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지난해 11월에도 해고를 당한 직원 5명에게 1인당 20만원씩의 위로금을 줬다.

姜모 (52.전주시완산구평화동) 씨는 지난달 회사에서 쫓겨났는데 동료.친구들로부터 위로금 봉투가 20여 개 들어와 그 금액만도 1백여만원이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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