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기아자동차 인수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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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현대그룹이 기아자동차 인수에 나설 뜻을 공식으로 밝혔다.

현대그룹은 23일 '한국자동차산업의 발전방향' 이란 보고서를 통해 "기아자동차를 인수해 정상화시키고 국제 경쟁력을 갖추게 할 수 있는 국내 자동차업체는 현대밖에 없으며 2000년대 한국자동차 업계가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선택으로 판단된다" 며 기아 인수 방침을 밝혔다.

현대가 기아자동차 인수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마침 김대중대통령이 기아 등 부실기업을 조속히 처리하라고 지시한 시점에 인수의사를 나타내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현대그룹은 이 보고서에서 또 "단일업체로 연산 2백50만대 이상 생산규모를 갖춰야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면서 "한국 자동차산업을 1~2개 대규모 자동차업체 구도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은 생존을 위한 필수사항" 이라며 인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어 "기아자동차의 인수조건은 대우의 쌍용자동차 인수 사례 등을 참고해 향후 정부.채권단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나 10~20년간 원금 상환유예 등의 조건을 검토해볼 수 있다" 고 제시했다.

이밖에도 보고서는 "인수후 논의될 수 있는 경제력 집중 문제와 관련, 기아자동차에 상응하는 규모의 계열사나 사업부문을 처분하는 등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할 예정" 이라고 밝혀 현대 계열사의 대대적 재편도 예고했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기아자동차 인수문제를 검토해왔으며 최근 기아가 자력회생이 어렵다는 판단이 서고 정부도 제3자 인수를 조속히 추진할 움직임을 보여 인수의사를 밝히게 됐다" 고 말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현대측의 보고서 내용을 좀더 검토해봐야 하겠으나 인수를 막을 이유는 없다" 고 밝혔다.

현대는 기아의 증자에 참여, 신주를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으며 최근 정부 당국에도 인수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가 기아를 인수하게 되면 생산능력이 현재의 연 1백30만대에서 2백10만대 수준으로 높아진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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