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환경이 변하고 있다]4.<끝>방송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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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앞으로 전개될 방송정책의 중심은 새로 마련될 방송법이다.

국민회의는 새 방송법의 골격을 이미 마무리했으며 한나라당도 13일 문공위소속의원들이 간담회를 갖고 기본방침을 정했다.

양측은 모두 '방송의 독립성 보장' 을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있어 법안에 큰 차이가 없다.

지금까지 드러난 양당의 새 방송법 윤곽에 따라 무엇이 어떻게 바뀔지 분야별로 알아본다.

◇ 방송위원회 =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된다.

여.야 의견이 같은 부분만 봐도 그렇다.

한마디로 '막강한' 방송위가 만들어진다.

우선 지상파 방송에다가 종합유선방송.위성방송 등 뉴미디어를 총괄하는 통합방송위원회 (이하 방송위)가 출범한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큰 변화가 있다.

방송사업 인허가 추천권 등 공보처가 갖고 있던 기능을 새 방송위가 대부분 흡수한다는 점이다.

현재 방송위의 권한은 프로그램 및 광고의 심의와 규제 정도. 여기에 추천권과 더불어 채널 수를 언제, 몇 개나 늘릴 것인가 등 방송정책 수립도 많은 부분을 맡는다.

문화부와 방송위 간의 정책 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여.야 모두 연구 중이다.

한때 방송위는 공영방송인 KBS.MBC를 제외하고 순수 민영방송만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러 차례 토론회를 통해 나왔다.

이는 영국의 모델을 따른 것. 그러나 여.야는 새 방송위가 모든 방송사를 관장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게다가 국민회의는 그간 광고공사가 해왔던 공익자금관리까지 방송위에 넘긴다는 계획이다.

그밖에도 방송위는 광고공사 사장임명권 등 많은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방송위 기능 확대에 따라 방송위원을 현재 9명에서 14명으로 늘리고, 대통령과 국회가 각각 7명씩을 임명한다는 것은 이미 여.야가 합의한 바 있다.

국민회의는 위원회의 독립성과 운영의 민주성을 강화하기 위해 합의제로 위원회를 운영하고, 회의를 공개하는 것 등을 제시했다.

방송위의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에는 여.야 한 목소리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우려도 나타낸다.

이경재 한나라당의원은 "현재의 임명 방법대로라면 14명 위원 중 10명을 집권당이 정할 수 있다" 며 "결국 방송위를 막강한 방송장악기구로 만들어 정권에 바치는 셈" 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7명에 제한을 두자는 의견을 제시한다.

이 7명은 따로 뽑는 것이 아니라 특정 방송관련 학회장.시청자 단체장 등이 선정되도록 미리 정해놓으면 누가 정권을 잡던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KBS.MBC=국민회의는 KBS와 MBC 모두 현재의 공영체제를 유지하고 공영성을 높여가도록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한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의 주장은 광고에 의존하는 상업방송 MBC를 공영이나 민영 중 어느 쪽으로 할 것인가를 확실히 한 다음, 이에 따라 정책을 정해야한다는 것. 국민회의가 MBC의 민영화를 반대하는 것은 사실 '재벌의 언론소유' 에 대한 반대다.

MBC를 살 능력은 재벌밖에 갖고 있지 않다는 것.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소유 지분의 제한, 소유자격의 제한을 통해 국민주방송으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구훈 한나라당 문체공위수석전문위원은 "공영방송이 2개일 필요는 없을 것" 이라고 말해 MBC 민영화 추진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 EBS=국민회의는 EBS의 공사화를 추진 중이며 한나라당은 아직 뚜렷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국민회의의 생각은 국민 전 계층의 교육을 담당해야 할 EBS가 교육부 산하로 있기 때문에 '과외방송'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사로 만들어 일단 완전한 방송으로 만들어야 지금의 파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판단. 독립에 따른 재정은 공익자금과 시청료의 일부 등으로 충당케 된다.

일각에서는 EBS와 MBC의 통합문제도 거론된다.

상업방송인 MBC의 수익을 EBS에 투자함으로써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높인다는 것. 이에 대해 신기남 국민회의의원은 "방송사 간의 통합은 당사자 간에 논의될 일로 정치권이 끼여들 사안이 아니다" 고 입장을 밝혔다.

◇ 한국방송광고공사 = 한때 강력히 나돌던 폐지론은 사라졌다.

광고공사 없이 광고주와 방송사가 직거래를 할 경우 방송 보도 등에 광고주의 입김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대로 두기는 하되 광고공사는 순수 광고영업사로 남게 한다는 것이 국민회의의 안. 공익자금의 운영.관리는 방송위에 넘기게 된다.

그밖에도 또 다른 민간 광고영업사를 탄생시켜 광고공사와 경쟁을 시킨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도 광고공사를 개선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며 현재 구체적 방안을 모색 중이다.

국민회의는 이상과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이달 말까지 확정할 예정이다.

한나라당도 기본방침을 바탕으로 학계.방송업계.시민단체의 의견을 다음달 말까지 고루 수렴한 뒤 5월 중에 최종안을 내놓을 방침. 현재 여.야의 의견에 큰 차이가 없어 양측이 법안을 확정한 뒤 서로 절충안을 마련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방송법은 늦어도 6월 국회에서는 통과될 전망이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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