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의 사무라이' 이번엔 금배지 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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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금융개혁의 검객'으로 불리는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53) 경제재정 및 금융 담당상(장관)이 날개를 달았다.

지난 11일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 자민당 비례대표로 출마해 자민당 내 전국 최다득표로 당선된 것이다. '물정 모르는 학자 출신 장관'이라는 비아냥도 줄게 됐다.

게이오(慶應)대학 교수(경제학)로 일하던 다케나카는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의 출범과 함께 내각에 발탁됐다.

부실채권 정리와 은행산업 개편 등을 지나칠 만큼 과감하게 밀어붙여 "배지(정치인)도 아닌 민간 출신이 국가 중대사를 주무른다"는 야유를 정계 일각에서 받아왔다.

금융과 정치의 음습한 고리를 차단하라는 국민적 기대도 뜨거웠다. 일본 언론들은 "제도 정치권에 맞서려는 그의 개혁 이미지가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고 평했다. 이번 선거의 득표수 면에서 2위를 두 배 차이로 따돌릴 정도였다.

다케나카 금융상이 장관.국회의원이라는 양날개를 닮으로써 그간의 개혁작업이 더욱 힘을 얻게 됐다. 금융개혁 작업 말고도 고이즈미 총리가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공언한 우정 민영화의 총대를 멜 공산이 크다. 고이즈미가 민의를 등에 업고 다케나카에게 한층 더 신뢰와 힘을 얹어줄 것이란 이야기다.

당연히 개혁의 '대상'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다케나카가 선거운동 기간 중 내걸었던 '두들겨맞아도 개혁''개혁에 저항하는 관료들에게 레드카드를'같은 구호에서 풍기듯 당장 고강도 처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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