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회담서 나타난 우리측 정책변화]4자회담·남북대화 병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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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제네바 4자회담 제2차 본회담의 한국측 기조발언은 4자회담에 관한 한국측의 전략.전술변화를 담고 있다.

송영식 (宋永植) 수석대표가 북한에 밝힌 메시지는 크게 두가지. 첫째는 4자회담과 남북대화를 병행 추진하고, 둘째는 평화체체 논의 촉진을 위해 초보적 수준의 남북간 군사적 신뢰구축에 관한 협의를 시작하자는 것이다.

첫번째 메시지는 전략적 변화를 암시한다.

4자회담의 큰 틀 속에서 남북대화의 돌파구를 모색한 YS정권과 달리 DJ정권은 두가지를 분리, 병행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정치.경제.군사와 사회.문화 등 92년 2월 발효된 남북 기본합의서에 따라 구성됐다가 가동이 중단된 4개 공동위 가동을 제안했다.

어려우면 경제공동위라도 먼저 가동시켜 남북간 경제협력과 교류방안을 모색하자는 입장이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 긴장이 완화돼 4자회담의 진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 메시지는 전술적 변화를 함축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어려운 문제이므로 쉬운 분야부터 논의를 시작, 초보적 차원의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비무장지대내 군사훈련 및 병력이동 사전통보와 같은 가시적 성과가 나온다면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추진력을 얻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문제는 북한이다.

북한은 아직 특사교환이나 이산가족 상봉 추진 제안에도 구체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부터 논의하자는 제안에 쉽게 응할 것 같지도 않다.

다만 북측 제의로 오는 25일 중국 베이징 (北京)에서 남북 적십자회담이 재개되는 등 최근 북한측의 태도변화 조짐이 보여 이번 회담에서 공개될 북한의 입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네바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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