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통합의료보험 부과체계에 허점…이광찬교수 글에 대한 반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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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3월10일자 발언대에 실린 이광찬교수의 글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근로자 부담 전가를 기우 (杞憂) 로 생각하는 부분이다.

보험료를 적게 내면 국고지원이 늘어야 하는데 IMF체제하에서 추가적인 국고지원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매년 20%씩 늘어나는 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보험료를 인상해야 하는데 李교수는 현재의 농어민과 자영업자들의 보험료를 과중하다고 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동안 통합론자들은 두가지 주장을 해왔다.

첫째, 근로자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으면서 통합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둘째 정부부담을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통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풍선의 한면을 누르면 다른 한면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는 평이한 진실을 무시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지역주민의 경우 국세청과 시.도로부터 확보할 수 있는 소득자료는 25%, 재산자료는 62%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여건 속에서도 이상과 같은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보험료 부과체계가 개발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으나 그러한 보험료 부과체계 개발 없이 서둘러 통합하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다.

둘째, 통합만이 개혁이고 이에 반대하는 자들을 개혁저지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세계적으로 의료보장에 있어 개혁의 기본방향은 경쟁과 효율이다.

우리보다 앞서 의료보험을 실시한 독일.네덜란드 등은 의료보험조합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주민이 조합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고, 국가가 세금을 거둬 의료를 전국민에게 무차별적으로 제공해 왔던 영국.뉴질랜드 등도 경쟁요소를 개발해 국가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을 펴 왔다.

李교수는 조세방식이 아닌 의료보험방식의 선진제국들이 통합일원화가 아닌 조합형 보험을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셋째, 통합의 예로 대만을 들고 있으나 대만과 우리나라는 사정이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덮어두고 있다.

대만은 정부가 단일보험자가 돼 의료보험을 통합관리하는 국가관장 의료보험으로 전체 재정의 40% 정도를 국고에서 부담하고 있으며 농어민의 경우 70%, 직장근로자의 보험료도 10%를 부담해주고 있다.

끝으로, 조합방식의 의료보험제도도 문제가 전혀 없는 완전한 제도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님을 밝힌다.

그러나 통합방식의 의료보험제도는 이보다 더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제도인 반면 의료보험의 조합방식은 참여민주와 시장경제원리에 부응할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와도 맥을 같이하고 있는 제도라고 생각된다.

의료보험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관리체계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옥륜〈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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