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대통령 외환위기 답변서 내용…책임은 자신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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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외환위기 특감에 대한 김영삼 (金泳三) 전대통령의 입장이 정리됐다.

金전대통령은 지난 9일 감사원의 질의서를 받은 뒤 답변서 작성에 상당히 고심해 왔다.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표현 하나하나에 신경썼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은 사실대로 밝히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고 金전대통령측의 한 관계자는 15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답변서 골자는 외환위기에 대한 총체적 책임은 金전대통령 자신에게 있고, 그 책임을 깊이 느끼고 있음을 밝히는 것" 이라고 말했다.

답변서에는 주목할만한 대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초까지 외환위기 심각성을 공식 보고받지 못했다' 는 내용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당시의 강경식 (姜慶植) 경제부총리.김인호 (金仁浩) 청와대 경제수석.이경식 (李經植) 한국은행총재 등은 뭘 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이들이 직무유기를 저질렀을 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그러나 金전대통령은 이들을 감쌌다고 한다.

답변서에는 '경제팀이 외환위기를 감추기 위해 일부러 보고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 위기상황을 스스로 극복하려고 노력하다가 실기 (失機) 했다' 는 입장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도동 (金대통령측) 은 제출 시한인 16일 답변서 최종정리 작업에 착수한다.

초안에 따르면 YS가 기억하는 외환위기 인지시점은 지난해 11월7일. 金전대통령은 이날 홍재형 (洪在馨) 전경제부총리로부터 심각성을 들었다.

이튿날엔 윤진식 (尹鎭植) 당시 청와대 금융비서관을 불러 실상을 확인한 뒤 경제팀에 IMF 구제금융 신청을 검토토록 지시했다.

姜부총리 등 경제팀은 같은달 13일 밤 모여 IMF에 손벌리기로 결정했다는 게 대체적 개요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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