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들 수의 대신 정장 일본 법정 풍경이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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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 법정에서는 앞으로 피고인이 수갑·포승줄 대신 구두·넥타이 차림을 하게 된다. 일본 법무성은 사법개혁을 위해 준비해온 시민 재판원 제도를 21일부터 시행하면서 이 방안을 함께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피고인이 범인이라는 편견과 예단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보도했다. 피고인은 법정에서 법원이 제공하는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앞부분이 덮이고 뒷부분은 슬리퍼처럼 된 가죽 구두를 신게 된다.

법무성은 피고인의 도주 등 문제가 우려됐으나 재판원 제도 정착을 위해 이렇게 결정했다. 일본은 국민의 법 질서 의식을 높이고 법률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2004년 미국식 로스쿨을 도입한 데 이어 5년 만에 재판원 제도를 시행하게 됐다. 그러나 법률 지식이 부족한 일반 국민이 재판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특히 일반인은 포승줄에 수갑을 찬 피고인을 보면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심정적으로 죄인이라고 단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걱정이 많았다. 이에 따라 피고인의 복장을 일반인과 비슷하도록 바꾸게 됐다.

제도 시행에 따라 이날부터 재판원 선출 작업이 시작됐으며, 7월부터 시작된다. 법무성의 무작위 선출로 재판원이 된 사람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재판에 참여해야 한다. 기업들은 직원들의 ‘차출’에 대비해 유급 ‘재판원 휴가 제도’를 도입하는 등 협력 방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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