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외길 금정순씨 '외로운 암투병'…옛 문체부선 지원 난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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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여기서 이렇게 포기하고 말아야 하는 건가요. " 형편이 어려워 유방암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딱한 사정이 전해져 문화체육부 (현 문화관광부) 의 주선으로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에 입원했던 한복명장 (名匠) 금정순 (琴貞順.45) 씨가 자가골수이식 수술 등 본격 처치를 앞두고 치료를 중단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2천2백여만원의 치료비가 밀려 있는데다 골수이식 비용 3천만원을 마련할 일이 난감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치료비가 밀린 것은 독신으로 단칸 월세방에 살고 있는 琴씨의 경제형편이 여의치 않은데다 당초 비용 지원을 약속했던 문체부가 분명하게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 당시 문체부는 김영수 (金榮秀) 장관 등이 琴씨 돕기에 나서 금일봉을 전달하고 입원때 '치료 소요경비는 당부에서 책임 지불토록 하겠다' 는 약속을 병원측에 했다.

이에 따라 琴씨에게 항암제 치료를 해온 병원측이 지난 9일 그동안의 치료비를 문체부측에 청구했다.

그러나 문체부 관계자는 "당시 琴씨의 사정이 급박해 입원부터 시키자는 취지에서 치료비를 지불토록 하겠다고 했던 것" 이라며 "국민의 세금을 쓸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문체부의 약속만 믿고 입원했던 琴씨는 사정이 이렇게 달라지자 자신이 의료보호대상자로 등록된 강남구청의 문을 두드려봤으나 항암치료에는 별 도움을 줄 수 없다는 회답을 받고 절망감에 싸여 있다.

"누굴 원망하겠습니까. 병에 걸린 제가 미울 뿐입니다. "

琴씨의 얼굴에는 수심이 그득했다.

이재국.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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