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의 CEO 노트] 직원 평가는 연말 행사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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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성과가 낮은 직원을 뜻하는 ‘C 플레이어’ 그룹이 기업의 고민거리가 아닌 적이 없었겠지만 요즘 같은 때는 더욱 그렇다. 그냥 두자니 회사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내보내자니 안타깝고 조직의 사기가 떨어질까도 걱정이다.

미국에서 회사를 경영할 때 ‘평가는 일상적인 일(Evaluation is daily event)’이라는 잭 웰치 전 GE 회장의 말을 늘 마음에 새겼다. 기업은 운영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문제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하면서 실무 담당자를 불러 이것저것 물어보는 일이 잦았다. 대개는 곧바로 명쾌한 답을 내놓지만 어떤 직원은 최고경영자(CEO)인 나보다 실무 파악이 안 돼 있는 경우가 있었다. 30분만 이야기해 보면 바로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문제 있는 직원은 부서 책임자를 통해 시정을 요청하고 개선할 기회를 줬다. 만약 업무가 적성에 잘 맞지 않아 생기는 문제라면 다른 부서로 보내기도 했다. 직급이 있는 간부의 경우엔 손수 편지를 써 문제점을 지적하고 새롭게 도전할 만한 과제를 줬다. 일정 기간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으면 해고 통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을 내보내면서도 두 가지는 지켰다. 해고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일, 다른 직장을 찾을 말미를 주는 일이다. 이 덕분에 나가는 사람이나 내보내는 사람이나 얼굴을 붉힐 일이 적었다. 충분한 소통으로 피차 맞지 않는다는 걸 공감한 덕분이다.

이처럼 평가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매일매일 이뤄져야 한다. 리더가 현장에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직원들과 소통하게 되고 평가도 일상화된다. 연말이 돼 몰아서 부랴부랴 점수를 매기는 건 곤란하다. 조직은 혈관과 같다. 중간에 문제아가 버티고 있으면 동맥경화증이 생기고 결국 심장에 무리가 간다. 당사자와 조직 모두를 위해 진퇴 결정을 빨리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요즘 같은 경제위기에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중요한 건 평가만큼이나 소통이 일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C 플레이어’로 마음 속에 점찍어 놨다가 인사철에 느닷없이 통보하면 당하는 사람은 당황한다. 원망을 품기도 쉽다. 문제가 드러났을 때 바로 지적하고 새로운 도전과제를 줘야 한다. 필요하면 부서 이동이나 재교육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C 플레이어’라도 리더를 잘 만나면 ‘B 플레이어’는 물론 ‘A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전의 정이 없을 때는 당사자가 회사를 떠나는 데 대해 스스로 납득하게 해야 한다. 인간관계의 시작만큼이나 끝도 중요하다. 앙심을 품고 조직을 떠난 사람은 언젠가 조직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김윤종 꿈·희망·미래재단 이사장 겸 SYK글로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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