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종금사 인허가와 뇌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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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 금융위기의 중심에 위치한 종합금융사의 부실경영은 결국 인.허가 관청과의 뇌물커넥션 때문이라는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나왔다.

물론 부실경영의 원인이 오로지 이 비리사슬 때문만은 아니지만 종금사와 재정경제원의 유착이 부실경영을 막지 못한 큰 원인이 된 것만은 틀림없다는 결론이다.

감사원은 외환위기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밝히는 특감 도중에 정책판단에 속하는 종금사의 인.허가 과정과 종금사 설립 이후의 부실경영이 어떤 상관관계를 가졌는지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유착을 밝혀 냈다.

구체적으로 보면 재경원간부들이 정기적으로 상납받았고, 이 비리사슬은 94, 96년 종금사 설립 당시의 거액 금품수수 (授受) 관계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때의 뇌물수수는 재경원뿐만 아니라 어느 정당까지 포함된 정경유착의 형태를 띠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우리는 이같은 종금사 비리의 조사과정을 지켜보면서 몇 가지 있을 수 있는 혼동과 오류를 범하지 말기를 당국에 우선 당부한다.

먼저 외환위기의 원인과 종금사 비리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종금사 비리가 외환위기를 초래한 광범위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엽적 위치를 차지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중심은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해야 한다.

둘째로 이미 상당수의 종금사가 영업정지를 받았거나 폐쇄 직전에 있지만 아직도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는 종금사에 대해서는 과거와 같은 방만한 부실경영을 용인하지 말아야 한다.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에서는 정부가 부실경영을 '봐줄' 형편이 못되겠지만 아직도 금융개혁에 미온적이라는 내외의 지적은 함축하는 바가 크다.

셋째로 이번 비리 조사는 흐지부지 끝나지 말아야 한다.

제철산업의 기반 확장이라는 정책적 결단을 내건 한보 (韓寶) 허가에서도 정치권과 금융인들은 거액의 뇌물을 받아 챙겼다.

종금사 설립이 외화조달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는 고상한 정책적 판단 뒤에도 어김없이 정경유착 (政經癒着) 의 냄새는 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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