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 최북단 산행지 '철원 복계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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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등산은 인내의 예술이다."

라인홀트 메스너 (오스트리아)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8천m 고봉 14좌를 완전등반 (87년) 한 폴랜드 산악인 예지 쿠크츠카는 등반행위를 이렇게 표현했다.

어느 산이건 어려움을 극복하고 산정에 오르려면 인내가 필수요건이라는 이야기다.

그것이 1천m대건 8천m의 고봉이 됐건간에 산을 오르는 행위는 자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이기기위한 피나는 싸움의 연속인 것이다.

남녘으로부터 훈풍이 불어온다.

그러나 복계산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1천57m) 정상에는 아직도 발목까지 빠질정도의 잔설이 남아있다.

대성산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1천1백75m) 이 바로 눈앞에서 손짓한다.

그 너머로 북녘의 산하가 묵묵히 펼쳐진다.

망향의 설움을 진하게 느끼는 분단의 현장에 올라서니 벅찬 감동이 가슴속부터 치밀어 오른다.

산악인들이 가장 이상적인 산행지로 꼽는 곳은▶출발지에서 버스로 2~3시간 떨어져 있고▶산행시간은 4시간전후에▶아기자기한 암릉코스를 갖춘 산이다.

복계산은 이러한 조건을 두루 갖춘 산으로 주변에 매월대.매월대폭포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어 가족산행지로 손색이 없다.

특히 sbs - TV에서 방영한 사극 '임꺽정' 의 야외촬영장이 보존돼 있어 주말이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복계산은 매월대로 더 잘 알려진 산행지다.

특히 국내에서는 비무장지대와 가장 근접한 최북단의 산행지로 아직도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곳이다.

생육신의 한사람이었던 매월당 김시습 (1435~1493) 은 세조가 왕위를 찬탈하자 비분한 나머지 관직을 버리고 복계산 일대 산촌에서 은거했다.

복계산 기슭 (5백95m)에 위치한 높이 40m의 깎아세운듯한 층층절벽이 바로 매월대다.

전설에 따르면 '아홉 선비가 매월대에서 바둑판을 새겨놓고 바둑을 두며 단종의 복위를 도모했다' 고 전해진다.

산행들머리인 굴골은 96년 폭우에 마을 전체가 쓸려 지금은 새롭게 단장됐다.

계곡입구에는 몇채의 초가집이 덩그라니 놓여있다.

임꺽정이 졸개들과 함께 은거하던 산채를 찍기 위해 만든 야외세트장이다.

계곡에는 2년전 폭우로 쓸려내려온 나무와 돌이 곳곳에 널려있다.

계곡을 따라 20여분을 오르면 양쪽으로 갈라진다.

왼편계곡으로 길을 잡고 잡목을 헤치며 30여분을 오르면 복계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닿는다.

이곳에서 능선길을 따라 1시간을 오르면 정상이다.

남쪽으로 복주산 (강원도화천군사내면사창리.1천1백52m).국망봉 (1천1백68m.경기도포천군이동면).화악산 (경기도가평군북면.1천4백68m) , 동쪽으로 대성산이 손짓하며 북쪽으로 북녘의 산하가 점점이 펼쳐진다.

정상에서 오른편 능선을 따라 내려가는 하산길은 오르는 등산로보다 길이 뚜렷하게 나있다.

1시간20분정도 내려오면 높이 10여m의 매월대폭포 (일명 선암폭포)가 반긴다.

주차장까지는 10여분 거리다.

글.사진 = 김세준 기자

<교통편>

서울 상봉터미날 (02 - 435 - 2122)에서 와수리행 직행버스가 오전 5시36분~오후 8시까지 하루 20회 운행된다.

5천9백원. 2시간20분 소요. 와수리에서 잠곡리행 시내버스 (0353 - 58 - 3699) 를 이용해 매월동에서 하차한다.

하루 2회 (오후 12시15분, 3시20분) 운행되며 요금은 9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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