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벌써 불붙는 LG-삼성 기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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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프로야구 삼성.LG는 40대 감독이 팀을 이끈다.

삼성 서정환 (43) 신인 감독과 LG 천보성 (46) 2년차 감독이다.

LG 천감독은 지난해 '방망이 사건' 과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을 3승2패로 꺾으면서 자신이 선수로 몸담았던 친정팀을 울렸다.

이후 두 팀간에는 묘한 라이벌 의식이 형성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해외 전지훈련을 떠났던 두 팀은 공교롭게도 일본 오키나와에서 맞닥뜨렸다.

삼성.LG의 세번째 연습경기가 벌어진 9일 오후 오키나와 이시가와구장. LG 천감독이 등에 이름 대신 '휘발유' 라고 적힌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1, 2차전에선 '독사' 라고 쓰인 유니폼 덕분 (?

) 인지 2연승을 거둔 천감독이었다.

"삼성만 만나면 주눅이 드는 선수들의 기를 살리기 위해 특별 유니폼을 준비했다" 는 천감독의 능청스런 설명이 뒤따랐다.

한편 막상 경기가 시작되었는데도 삼성 주전선수 대부분은 그라운드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4회초 0 - 0 상황에서 뒤늦게 나타난 양준혁.이승엽.신동주 등은 LG 투수들을 통타하며 5 - 2 승리로 이끌었다.

이들의 출장이 늦었던 것은 "오늘 경기전 주전들은 2백개씩 특별 타격훈련을 하라" 는 서감독의 특명 때문이었다.

시즌을 앞두고 라이벌팀과의 기세 싸움에서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서감독의 뚝심이 발동한 터였다.

비록 연습경기였지만 선수들의 기세를 북돋우려는 두 감독의 뚝심과 지략이 돋보인 경기였다.

오키나와 = 최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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