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한전, 전선 도로 점용료 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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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주시가 한전을 상대로 도로위 전선의 점용료를 받겠다고 나섰다.

허승회 전주시 도로안전과장은20일 “도로 위를 어지럽게 지나가는 전선이 시민생활에 불편을 줄 뿐 아니라 행정에 비용 부담을 주는 만큼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한전은 일정한 비용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시는 일단 한전과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청구금액은 전선이 지나는 도로 부지의 면적, 가격, 점유기간 등을 고려해 산정할 계획이다.

전주시가 전선 점용료 징수에 나선 것은 한전이 통신업체·유선방송사들로부터 두둑한 사용료를 받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주시 관계자는“한전이 전주지역의 경우 14개업체로부터 케이블망·전봇대 사용료를 받고 있지만, 지자체 몫은 전체 수익금중 5%도 안된다”고 말했다. 전주시에는 1만2000여 개의 전봇대가 있다.

전선 점용료 요구는 지지부진한 지중화 사업에 대한 불만도 깔려 있다. 전주시는 쾌적한 도시환경 조성 차원에서 10여년전부터 전선 지중화사업을 추진중이다. 전주시는 지난해까지 총비용의 50%인 140여억원을 한전에 지원했다. 하지만 한전측은 올들어 경영난을 빌미로 지중화 사업을 더 이상 진행할수 없다고 통보했다.

전선 점용료와 관련해 서울시 역시 한전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중이다. 최근 전국 시장·군수협의회에서도 한전이 지중화 사업을 중단한 것과 관련, 전선의 도로 점용료를 부과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현행 도로법에는 공중으로 지나가는 전선의 도로부지 점용료를 부과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정부의 통신설비 댓가 산정기준에 따라 전봇대 사용료로 업체당 연간 1만7000여원씩을 받고 있다. 지자체에는 점용료몫으로 전봇대 한개당 850원씩을 주고 있다.

한전측은 전봇대 사용료는 유지·보수 비용으로 들어가며, 전선의 도로 점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 강도높은 공기업 구조조정에 맞춰 감원, 조직 통폐합 등을 진행중이라 지중화 사업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전 전북지사 관계자는 “전선은 전신주의 부속물이어서 별도의 점유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게 국토해양부의 유권해석”이라며 “지자체가 공익사업에 대해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은 법적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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