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렇습니다] 중국계 회사, 북미 TV시장 선두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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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최근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는 중국계 미국 TV 제조업체인 비지오가 1분기에 북미 LCD TV에서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점유율 18.9%로 2007년 4분기 이후 선두를 지키던 삼성전자(17.4%)를 밀어냈다는 것. 소니와 푸나이·샤프 등이 3~5위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만 전 세계에서 3500만 대의 TV를 팔아 200억 달러를 벌어들인 세계 1위 업체다. 3년 연속 선두고 특히 LCD TV 분야에서 강세다. 그런데 주요 시장인 북미에서 선두를 내줬다니 놀랍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건 없다. 점유율의 잣대가 다른 데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비지오가 1위를 한 것은 판매대수가 그렇다는 것이고 매출액 기준으론 삼성이 여전히 1등을 지켜 나갈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는 북미 LCD TV 시장에서 판매대수 기준으로 1위(19.2%)였다. 비지오는 12.8%로 소니에 이어 3위였다. 하지만 판매대수가 아닌 매출액 기준으로 집계한 순위에서는 삼성이 25.5%로 1위이고 비지오는 9%(4위)로 비교가 안 됐다. 비지오는 대만 등에서 값싼 패널을 사들여 TV를 조립한 뒤 월마트 등 대형 마트 위주로 판다. 가장 인기 있는 32인치 제품 가격이 400달러대 초반이다. 삼성이나 소니의 같은 크기 제품 가격이 500달러 안팎으로 비지오보다 비싸다. 이들 업체는 1000달러가 넘는 40인치대 제품과 2000달러 이상인 50인치대 제품이 주력이다. 따라서 수량 기준 점유율이 비슷하다고 해도 매출 기준으로는 점유율이 두 배 가까이 높다. 다음 달 초에 매출 기준 점유율이 발표되는데 삼성전자가 압도적 1위를 할 것이 분명하다.

전자제품 점유율을 따질 때는 이처럼 기준을 잘 따져 봐야 한다. 한국과 대만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LCD 패널 분야에서는 2~3년 전만 해도 매출액 기준으로는 한국 업체들이, 수량(출하 면적) 기준으로는 대만 업체들이 앞서는 경우가 잦았다. 시장 동향 파악에는 매출액 기준이 낫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매출액 산정이 어려울 경우 판매량 기준을 쓸 때도 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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