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대쟁점 팽팽]경제청문회…관련자 많은 야당 타격클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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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춘풍 (春風)에도 불구하고 여야의 대치정국은 꽁꽁 얼어붙어 있다.

총리서리를 둘러싼 표결파동에다가 북풍 (北風) 수사라는 사정한파가 덮치더니 3월 둘째주 들어서는 경제청문회라는 청문회정국까지 겹치고 있다.

한나라당이 장담대로 총리서리문제를 헌법재판소에 가져가면 정치는 급기야 사법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된다.

여권이 경제청문회 조기 개최로 급선회함에 따라 청문회 시기.대상.방식 등이 핫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청문회는 국민 모두가 자신의 문제로 절감하는 사안인 만큼 그 관심도나 파장이 어느 때보다 높고 거셀 것이 확실시된다.

청문회가 개최되면 경제파탄을 불러온 김영삼 (金泳三) 정부의 경제실정 (失政) 전반이 파헤쳐지고 정책결정에 참여한 관련자의 실책과 직무유기 여부가 집중 부각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를 촉발한 근본 원인과 외환관리정책도 도마위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당사자간 '네탓 공방' 이 일고 있는 '외환위기 인지 (認知) 시점' 도 실체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우선 강경식 (姜慶植) 전경제부총리.김인호 (金仁浩) 전청와대경제수석.이경식 (李經植) 전한은총재 등 '경제 3인방' 의 증인출석이 예상된다.

이들 부처의 과장급 이상 실무자의 출두도 불가피하다.

외환위기가 경제위기를 불러온 원인이라는 게 일반의 인식이므로 외환위기문제가 핵심사안으로 다뤄질 것은 불문가지다.

문제는 김영삼정부의 경제실정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기아사태 및 종금사의 인허가, PCS사업자 선정, 대기업의 중복.과잉 투자문제 등으로 발전할 경우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말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정권인수 과정에서 실정 전반에 대한 자료가 드러났다" 는 말로 단순한 가능성이 아닌, 기정사실임을 예고했다.

김영삼정부에 참여했던 인사가 다수 포진하고 있는 한나라당.국민신당 등이 우선 타격을 받을 게 예상된다.

한보청문회에서와 같이 정치인들의 이권개입과 뇌물수수 등이 여론의 집중조명을 받게 될 게 뻔하다.

金전대통령의 출석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본회의 의결이란 난제가 걸림돌로 남아 있다.

여야가 청문회 개최란 총론엔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증인선정 및 내용.일정 등에 대해서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충돌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야당이 다수 의석만으로 저지하기에는 경제위기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너무나 거세기 때문에 과연 야당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여권은 야당의 방해로 청문회 추진이 여의치 않으면 문제가 확실하게 드러난 몇몇 전직 관료에 대해 사법절차를 밟는 형태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어서 설사 청문회가 여의치 않더라도 경제파탄 문제가 적당히 넘어가지는 않을 것 같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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