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설비투자 또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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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생산·출하·가동률과 같은 경기 지표가 호전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가늠자인 설비투자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는 얘기다.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지만 장기간 침체 국면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은 것도 설비투자가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의 설비투자액(실질 기준)은 17조70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1%가 줄었다. 감소율만 따지면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작성된 2001년 이후 최대다. 월별 설비투자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을 100으로 한 설비투자지수는 3월이 96.4로 전월보다 1.5포인트가 떨어졌다. 이는 2004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3월의 설비투자가 1년 전에 비해 23.7% 감소한 까닭이다.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정부의 보증 확대에 따라 1분기 은행들의 산업대출금이 13조9422억원이 증가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대출 내용을 따져보면 그리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설비투자에 해당하는 시설자금(4조3000억원)은 증가 폭이 오히려 줄었고, 운전자금(9조6000억원)은 증가 폭이 확대됐다. 기업들이 돈을 빌려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데 주로 사용한 것이다. 게다가 시설자금 가운데 제조업 용도는 1조9000억원에 불과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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