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준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회장이 경기 현황과 국내 업체가 풀어 나가야 할 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태광산업의 폐열을 한화석유화학의 스팀 생산에 재활용해 연간 50억원을 절약한 게 대표적 사례라고 한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석유화학 업체들의 1분기 실적이 좋았던 이유와 전망을 듣기 위해 허 회장을 만났다. 그는 “앞으로 석유화학 제품의 공급 과잉이 예상되기 때문에 비용 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쌓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1968년 한화에 입사해 2002년 말부터 올 1월까지 한화석유화학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2007년 2월부터 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74년 설립된 석유화학공업협회에는 38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상당수 기업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인가.
“연초에도 밝혔지만 석유화학 산업이 향후 2~3년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생각은 변함없다. 경기 회복의 신호로 보기 어렵다. 1분기에 제품 가격이 바닥권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중국이 재고 확충 차원에서 수요를 늘렸다. 또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에 가동 예정이었던 중동의 대형 신규 설비 가동이 지연된 덕도 봤다. 원료 가격의 안정과 원화 가치 상승에 따른 수혜도 있었다.”
-하반기에 지난해 연말 수준의 위기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국의 재고 확충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에서 세계 경제가 회복돼야만 업종도 살아난다. 2012년이나 돼야 경기가 바닥을 칠 것 같다. 곧 중동에서 대규모 생산시설들이 가동되면 공급 과잉이 생길 수 있다. 향후 3년간 에틸렌 기준 생산 능력이 1800만t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수요는 매년 평균 200만~300만t 늘어나는 데 불과할 전망이다. 80년대 초반 이후 가장 심각한 공급 과잉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업체는 어떤 대비를 하고 있나.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기술 개발, 업체 간 협력으로 대부분 기업의 부채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졌다. 경쟁력은 결국 비용 절감에서 나온다. 생산 규모를 키우고 업체 간 부산물 등을 교류해 2012년까지 1000억원 이상 절감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수출 물량이 너무 중국에 치중돼 있지 않나.
“수출량의 50%가 중국으로 간다. 중국 정부가 내수 기업을 독려해 자급률을 높이려 하지만 수요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수입량이 계속 늘 것이다. 다만 혹시 모를 수입제한조치 등에 대비해 인도·남미·남아프리카 등 새 시장을 개척하려 한다.”
-정부에 제안하고 싶은 내용은.
“전기료 인상을 억제해 줘야 한다. 예전에 전기거래소를 만들어 기업에 더 싼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는데 무산됐다.”
-석유화학 업종이 쇠퇴하는 업종으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석유화학업 때문에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 반대다. 만약 인류에게 필요한 제품을 천연재료 위주로 쓴다면 산림 등이 너무 많이 훼손될 것이다. 인류의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석유화학 업종은 더 성장하게 될 것이다.”
문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