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사끼리 폐열 교환 6년간 1800억 아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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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준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회장이 경기 현황과 국내 업체가 풀어 나가야 할 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허원준(64·한화석유화학 부회장)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회장은 “2003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부산물과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폐열 등을 업체 간에 나눠 쓰면서 1800억원의 비용 절감을 했다”고 말했다.

태광산업의 폐열을 한화석유화학의 스팀 생산에 재활용해 연간 50억원을 절약한 게 대표적 사례라고 한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석유화학 업체들의 1분기 실적이 좋았던 이유와 전망을 듣기 위해 허 회장을 만났다. 그는 “앞으로 석유화학 제품의 공급 과잉이 예상되기 때문에 비용 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쌓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1968년 한화에 입사해 2002년 말부터 올 1월까지 한화석유화학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2007년 2월부터 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74년 설립된 석유화학공업협회에는 38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상당수 기업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인가.

“연초에도 밝혔지만 석유화학 산업이 향후 2~3년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생각은 변함없다. 경기 회복의 신호로 보기 어렵다. 1분기에 제품 가격이 바닥권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중국이 재고 확충 차원에서 수요를 늘렸다. 또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에 가동 예정이었던 중동의 대형 신규 설비 가동이 지연된 덕도 봤다. 원료 가격의 안정과 원화 가치 상승에 따른 수혜도 있었다.”

-하반기에 지난해 연말 수준의 위기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국의 재고 확충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에서 세계 경제가 회복돼야만 업종도 살아난다. 2012년이나 돼야 경기가 바닥을 칠 것 같다. 곧 중동에서 대규모 생산시설들이 가동되면 공급 과잉이 생길 수 있다. 향후 3년간 에틸렌 기준 생산 능력이 1800만t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수요는 매년 평균 200만~300만t 늘어나는 데 불과할 전망이다. 80년대 초반 이후 가장 심각한 공급 과잉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업체는 어떤 대비를 하고 있나.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기술 개발, 업체 간 협력으로 대부분 기업의 부채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졌다. 경쟁력은 결국 비용 절감에서 나온다. 생산 규모를 키우고 업체 간 부산물 등을 교류해 2012년까지 1000억원 이상 절감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수출 물량이 너무 중국에 치중돼 있지 않나.

“수출량의 50%가 중국으로 간다. 중국 정부가 내수 기업을 독려해 자급률을 높이려 하지만 수요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수입량이 계속 늘 것이다. 다만 혹시 모를 수입제한조치 등에 대비해 인도·남미·남아프리카 등 새 시장을 개척하려 한다.”

-정부에 제안하고 싶은 내용은.

“전기료 인상을 억제해 줘야 한다. 예전에 전기거래소를 만들어 기업에 더 싼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는데 무산됐다.”

-석유화학 업종이 쇠퇴하는 업종으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석유화학업 때문에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 반대다. 만약 인류에게 필요한 제품을 천연재료 위주로 쓴다면 산림 등이 너무 많이 훼손될 것이다. 인류의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석유화학 업종은 더 성장하게 될 것이다.”

문병주 기자 ,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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