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후 원장이 말하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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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후 원장이 말하는
내조의 조건

‘내조’ 권하는 사회가 됐다. 드라마에서 남편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아내를 보면서 ‘나는 남편을 위해 무엇을 했나’라고 허탈해할 아내들을 위해,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병후 원장에게 내조의 진정한 의미를 들어봤다. 

프리미엄 하현정 기자 happyha@joongang.co.kr

-내조의 개념이 변하고 있다. 이 시대 내조의 미덕은 무엇인가.

“내조의 개념이 변화한다는 건‘이상적인 아내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화·산업화로 가족 구성원들의 역할이 더많아졌다. 인간의 욕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돈의 비중이 더욱 부각 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남편의 어깨가 무거워진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내가 예전처럼 안주인으로만 안주할 수 없게 됐다. 집안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도록 요구 받고 있다(돈만 벌어오면 되던 남편의 역할도 당연히 많아졌다). 하지만 ‘내조는 남편을 돕는 것’이란 점은 불변한다. 남편의 의사가 최우선으로, 남편이 바라는 것을 해주어야한다.”
 
-남편이 원하는 내조를 하려면?

“남편 얘기에 귀 기울이고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단, 남편 역시내조를 받을 자격을 갖춰야 한다. 또 솔직히 속을 드러내야 한다. 아내의 내조 중 좋은 건 높이 평가하고, 싫은 건 싫다고 해야 한다. 그래야 아내의 내조가 빛을 발할 수 있다. 아내는 기분 나빠하지 말고 잘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의 행동은 일반화할 수 없다. 즐기던 음식도 오늘은 먹기 싫을 수 있다. 좋아하는 걸 해줬는데 맛있게 먹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려선 안 된다. 그때그때 ‘지금 내가 뭘 해줄까’ 물어보자. 때로는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무관심이 아니라 최선의 내조일 수도 있다.”
 
-아내와 남편 모두가 만족하는 내조란?
 
“내조는 아내의 몫이지만 역설적으로 내조의 구심점은 남편의 속내다. 능력이 뛰어난 아내의 경우, 남편을 성공시키겠다는 욕구 또한 크다. 최근 드라마에서처럼 남편의 일에 적극 개입하고 아이를 가르치듯 남편을 이끌고 다그치게 된다. 이런 경우, 남편들은 기겁하고 달아난다. 남자들의 타고난 행동양식 중 하나가 ‘누군가로부터 지배당하지 않는 것’이다. 남편을 사회적으로 성공시켰다고 내조 잘하는 아내가 아니다. 도와달라고 할 때 도와주고 혼자 있게 해달라면 조용히 물러나 있는 것이 내조다. 외조 역시 마찬가지다. 아내가 원하는 걸 해주는 남편이 ‘외조의 대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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