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한 대화는 차분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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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가 적극적인 대북 (對北) 정책을 펼칠 자세다.

그러한 정책방향은 16일로 예정돼 있는 4자회담을 계기로 남북한 당국자간의 회담을 추진하려는 데서도 드러나고 있다.

당국자 회담을 통해 정부가 실현하려는 목표들은 사뭇 의욕적이다.

이산가족 상봉과 생사확인을 위한 면회소 설치, 고향방문단 구성 등은 지금껏 우리 정부가 정책의 우선순위로 꼽아 온 것이지만 북한의 대화 외면으로 논의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런 면에서 정부의 대북 접근노력은 주목할 만하다.

새 정부의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거둔다면 남북한 관계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획기적인 진전을 이룩하게 될 것은 틀림없다.

이산가족문제 등 논의에 당장 진전이 없다 해도 북한이 당국자 회담 자리에 나오는 것 자체만으로도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남북한 사이의 당국자 회담에 응한다는 것은 대남 (對南)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점은 김대중정부가 들어서게 되면서 남북한 관계와 관련해 전개됐던 상황들이다.

지난 2월 북한측은 해외 이산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주소 안내소를 설치한다고 밝힌데 이어 남한의 정당.단체들이 연북화해 (聯北和解) 정책을 택하면 누구와도 대화.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러한 제의는 해마다 되풀이해 온 통일전선 전략의 방편이었다는 데서 새 정부를 상대로 정책의지를 시험해보자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말하는 연북화해정책이라는 것이 보안법과 안기부의 폐지를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도 그런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같은 북한을 상대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의욕은 좋지만 정책의 집행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

김영삼 (金泳三) 정부가 출범초기 의욕적인 대북정책을 폈으나 특사교환을 위한 교섭을 1년여 계속하다 북한측의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끝나며 서로 불신만 키웠던 예도 되새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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