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총리서리 내각]대책 가다듬는 여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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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이 김종필 (金鍾泌.JP) 총리서리체제를 불법행위로 간주,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여야 대화' 를 강조하고 나섰다.

4일 국민회의 한화갑 (韓和甲) 총무대행은 "막힌 정국을 대화로 푼다는 대원칙을 확인한다" 고 밝혔으며 자민련 구천서 (具天書) 총무대행도 "한나라당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런 모습은 여권의 상황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양당으로서는 일단 총리서리체제가 출범한 만큼 국정공백에 대한 부담감도 한결 덜었다.

발등에 불은 껐다는 데서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펄펄 뛰는 야당에 맞서 강공 일변도로 나설 경우 파장만 확산시킨다는 현실적 계산도 하고 있다.

이날 국민회의 지도위 회의에서 "국회파동 이후 여론이 우리 당에 비판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을 겸손하게 수용해야 한다" 며 "여론의 뒷받침없이 정국을 끌어가는데 부담이 있다는 점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는 지적이 나온 대목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2일 파동으로 정부.여당은 얻은 것은 없고 잃은 것만 있다" 는 반성론까지 제기됐다.

여권은 이런 판단에 따라 한나라당이 소집한 6일의 임시국회에 참석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물론 국회가 소집되더라도 JP총리서리체제에 대한 공방과 총리임명동의안 처리문제를 둘러싼 대치상태가 쉽사리 풀릴 것 같지는 않다.

여야 모두 물러서기 힘든 사안이기 때문이다.

현재 여권 내부에서는 "타결을 위해서는 고도의 정치력이 필요하다" 는 원론에는 이의가 없다.

그렇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고민이다.

자민련이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시도하지 않겠다' 는 약속 등 대야 (對野) 협상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그 정도로 야당이 만족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국민회의와 자민련으로서는 재투표상황에 대비, 야당의원 설득작업을 계속해가면서 시간을 끌 수밖에 없다.

공동여당은 "지난 2일 실시된 투표는 사실상 공개적인 불법 암호투표" 라는 입장아래 재투표를 요구하고 있지만 야당에 의해 수용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따라서 추가경정예산.지방선거.의정부 지원 사건 등 다른 현안을 우선 논의하면서 JP동의안 문제를 회기 뒤쪽으로 미루는 지연작전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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