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 입학사정관제 대비 또 다른 사교육 생길까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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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특목고 입시 개선안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은 차가웠다. 외국어고 진학을 준비 중인 중1 아들을 둔 민모(43·서울 도곡동)씨는 “학교에서 입시 준비를 체계적으로 시켜주지 않는데 제도를 약간 바꾼다고 사교육을 끊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과학고를 준비 중인 자녀의 학부모 임모(43·서울 문정동)씨는 “중2 아들이 올림피아드 준비를 하는데 폐지하면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며 “하지만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한 또 다른 사교육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과학고의 반응은 엇갈렸다. 박희송 서울과학고 교장은 “확실히 사교육 경감 효과는 있을 것 같다”면서도 “기존에 과학고에 가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경시대회와 올림피아드 시험을 준비해온 학생·학부모들의 반발이 심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입학사정관제 도입과 관련, 박 교장은 “ 4대1 면접과 글쓰기 등 ‘4단계 전형’을 통해 입학사정관제도와 비슷하게 뽑아 왔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김영준 한성과학고 교장은 “재학생의 80%가 2년 만에 조기 졸업하는 과학고에서 학생의 잠재력을 보고 뽑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고 말했다.

외국어고 교장들은 대체로 “아쉽지만 수용할 수 있다”는 반응이었다. 한영외고 이택휘 교장은 “구술면접에서 단답형 질문이 없어지면 기존 특목고 입시반 등에 쓰였던 사교육비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외고가 단순히 외국어를 잘하는 학생을 기르는 게 아니라 입체적인 능력을 가진 글로벌 인재를 기르는 게 목표인데 입시를 단순화하는 것은 불만”이라고 했다.

학원가는 담담했다. 김종호 프라이드7 원장은 “어차피 올림피아드나 경시대회 대비반은 사교육 시장에서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며 “외국어 교육이나 선행학습을 위해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을 공교육에서 흡수하지 못하는 이상 사교육 시장이 크게 타격받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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