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총리서리 내각]첫 국무회의 표정…김대중대통령 개혁주문 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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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대통령은 3일 청와대 본관1층 세종홀에서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군림.지배하는 것은 꿈에도 있을 수 없다" 고 말했다.

관치 (官治).관 (官) 우위란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金대통령은 이를 강조하느라 맹자의 역성 (易姓) 혁명론과 존 로크의 민주주의론, 동학사상의 사인여천 (事人如天 : 백성 섬기길 하늘같이 하라) 등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金대통령은 온통 개혁을 외쳤다.

특히 국무위원의 '일대 정신적 개혁' 을 주창했다.

"공무원사회를 지배하는 비능률과 부패, 타성을 일소해야 한다.

관청도 국민들의 소중한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업이다.

어느 민간기업보다도 성과를 올려야 한다.

자기는 일 안하면서 부하보고만 일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필요하면 밤을 새면서 국사를 논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과거처럼 지연.학연.친소관계와 물질에 의해 인사를 하면 실패한다.

(부하 공무원의) 마음으로부터 승복을 얻지 않으면 실패한다.

(반대세력을 겨냥한듯) 외신은 김대중 정부가 6개월내 개혁을 제대로 하면 성공하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한다고 본다.

초기에 개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쇠도 달궈졌을 때 쳐야 한다."

金대통령은 김종필 총리서리를 '총리' 라고 부르면서 "수고스럽지만 전국을 다니면서 물가문제 등 현장을 살펴보고 각계각층을 격려해 달라는 부탁을 드린다" 며 "한 말씀 하시라" 고 청했다.

金총리서리가 사양하자 金대통령은 다시 국무위원을 향해 말문을 열었다.

"옛날에 국무회의 장면을 보면 국무위원들 전부가 연필을 들고 뭘 쓰던데 보기 안좋더라. 대통령 말중 필요한 게 있으면 쓰되 그렇지 않은 것은 쓸 필요 없다.

혹시 안쓰면 대통령이 서운해 할지 모른다고 생각해서 쓰는 것은 하지 말라" 고 말했다.

이에 金대통령의 얘기를 열심히 쓰던 거의 모든 국무위원들은 펜을 놓고 잠시 웃음보를 터뜨렸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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