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분리장벽 철거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국제사법재판소(ICJ)는 9일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 건설하고 있는 분리장벽이 불법이며 팔레스타인 지역에 이미 세워진 장벽은 철거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ICJ의 판결은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 관계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권위를 지니기 때문에 판결의 파급 효과가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판결의 주심을 맡은 중국인 스주융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동예루살렘과 인근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점령국인 이스라엘이 분리장벽을 세우는 것과 이에 따른 통치 체제는 국제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ICJ는 이어 "이스라엘은 장벽 건설을 중지하고 이미 세운 장벽은 철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유엔 총회와 안보리는 장벽 건설이 야기한 불법적인 상황을 끝내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판결 직후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비서실장인 나빌 아부 루데이나는 "이번 판결은 팔레스타인인의 위대한 승리"라고 평가한 뒤 "이스라엘에 국제적인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인 아비 파즈너는 "이번 판결은 팔레스타인이 저질러온 테러를 전혀 고려치 않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파즈너 대변인은 이어 "팔레스타인과 합의가 이뤄진다면 장벽을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해체할 수 있지만 이는 안보.정치 문제에 대한 관할권이 없는 ICJ가 관여할 문제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미 백악관도 "ICJ의 판결은 부적절한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ICJ의 판결에 앞서 이스라엘 대법원은 "이스라엘 정부는 안보상의 이유로 장벽을 건설할 권리가 있다"고 확인했으나 팔레스타인 거주민의 권리를 위해 장벽의 노선은 변경돼야 한다고 명령했다.

[헤이그.예루살렘 AFP=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