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싱가포르,투자자문업 본격 육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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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아시아의 금융중심지인 싱가포르가 투자자문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갈수록 첨단을 달리는 국제 금융산업의 발전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투자자문업의 육성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그동안 정부가 맡아왔던 공공기금의 운용을 앞으로 민간 펀드매니저들에 대폭 넘기는 등 각종 육성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리시엔룽 싱가포르 부총리는 최근 싱가포르투자관리협회가 주최한 한 세미나에서 "정부는 향후 5~10년 내에 싱가포르를 성숙된 투자자문 시장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투자공사 (GIC)가 운용을 맡아온 공공기금중 최소한 1백억~3백억 싱가포르달러 (약 60억~1백80억달러) 의 자금 운용을 향후 3년내에 민간업계로 넘길 것" 이라고 말했다.

비율로만 따지면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공공기금중 50% 가량이 민간으로 넘어가는 셈이다.

민간의 펀드매니저들은 이번 조치가 싱가포르의 투자자문업 육성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싱가포르 정부는 또 투자자문업 육성을 위해 각종 규제도 완화한다는 방침 아래 ▶투자자문사의 자본금 요건을 완화하고 ▶각종 연기금의 운용을 보다 자유화하며 ▶국내 자본시장을 육성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정부의 세제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관계자들은 곧 발표될 98회계연도 예산안에 투자자문업 육성을 위한 각종 세제 지원이 포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와 함께 외국인 펀드들이 더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할 것도 약속했다.

투자자문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국내 자본뿐 아니라 외국 자본의 유치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통화당국 (MAS) 은 외국 투자자문사들이 싱가포르에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자본금 요건을 완화하고 인가 요건도 손쉽게 바꿀 방침이다.

MAS는 또 채권시장 발전을 위해 현재 최장 7년으로 돼 있는 정부 채권의 만기를 10년까지로 늘려 10년 만기의 정부채를 새로 발행하고, 각종 사회간접자본 개발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채권 발행도 다양화하기로 했다.

싱가포르가 투자자문업 활성화 방안을 맨 처음 발표한 것은 지난 94년. 그뒤부터 싱가포르의 투자자문업은 급성장을 거듭해 왔다.

각종 펀드 규모는 지난 90년 58개사, 1백80억 싱가포르달러에서 지난해말 1백57개사, 1천2백30억 싱가포르달러로 불어나 8년도 채 안돼 6배 이상의 규모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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