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의 ‘편지 로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국방개혁 조정안에 대한 위원님의 큰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국방부·합참 부서장이 직접 찾아뵙고 상세히 보고드린 뒤 고견을 반영해 6월 중순 다시 보고드리겠습니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이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편지 로비’를 벌이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국방위원 18명 전원에게 편지를 보내 2008∼2020년 국방예산을 621조원에서 599조원으로 줄이는 내용의 ‘국방개혁 2020 조정안’(본지 5월 6일자 1면)에 관심과 협조를 구했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방위원들에게 비공개로 조정안을 보고했다. 그러나 김학송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위원들이 “일방적인 예산 감축은 안보에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까칠한 반응을 보이자 이번엔 편지를 써 설득에 나선 것이다. 국방부 장관이 의원들을 상대로 편지를 보내는 일은 이례적이다. 이 장관은 편지에서 약속한 대로 지난주부터 소장급 담당 실장을 국방위로 보내 위원 개개인에게 조정안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장관의 편지는 불편해진 국회와 국방부의 관계를 개선해보려는 의지가 담긴 것이란 관측이 국회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이 장관과 국방위원들은 몇 차례 낯을 붉힌 일이 있다. 국방위원들은 지난해 11월 “이 장관이 국회를 대하는 태도가 무성의하다”고 불만을 표출하며 45년간 유지돼온 국방부 국회연락단의 철수를 요구했다. 이 장관은 또 지난 2월 국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직후 미 하원 방한단을 만나 “여러분이 나를 구해줬다”고 농담을 한 사실이 알려져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강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