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자가 밝힌 '꽃남' 작명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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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가 잡지 '마가렛'에 연재되기 시작한 게 1992년 봄이었어요. 봄은 일본인에게 '벚꽃놀이'의 계절이거든요. TV로 중계되는 꽃놀이 장면을 보다가 이 제목을 떠올렸죠."

한국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끈 만화 '꽃보다 남자(이하 '꽃남')'의 원작자 가미오 요코가 16일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제목에 얽힌 사연을 털어놨다. ‘꽃보다 남자’는 일본어로 ‘하나요리당고(花より男子)’라고 읽는데, 이는 같은 발음의 일본 속담 ‘꽃보다 경단(花より團子)'에서 따온 제목. '꽃보다 경단'은 '꽃구경보다 배고픔을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으로 한국속담 ‘금강산도 식후경’과 유사한 의미다. "방송에서 꽃놀이를 보도할 때마다 '꽃보다 경단'이라는 속담이 빠지지 않고 나오거든요. 저걸 만화 제목으로 하면 사람들이 외우기 쉽겠구나 생각했죠. 대신 미소년이 많이 등장하는 작품인만큼 '경단(團子)'을 '남자(男子)'로 살짝 바꿔버렸죠. 일종의 '말장난'이예요."

'꽃남'은 한국에 앞서 2005년 일본 TBS에서 마스모토 준·이노우에 마오·오구리 주연의 드라마로 제작됐다. 당시 "겨울 방영이 여름으로 앞당겨지는 바람에 원작자로서 의견을 낼 만한 틈이 없었다"고. "TBS 제작진에게 모든 것을 맡겨놨고 특별히 조언을 하지 않았어요. 제작진도 '원작을 중시해 작가님이 납득할만한 작품을 만들어낼테니 맡겨 주십시오'라고 했죠." 이 드라마는 같은 분기 드라마 시청률 1위(19.8%)를 기록했고, 인기에 힘입어 2007년 두 번째 시즌 ‘꽃보다 남자 리턴즈'도 만들어졌다.

그동안 순정만화만 그려오다 최근 소년잡지 '스퀘어 점프'에 프로레슬링의 세계를 다룬 만화 '마츠리 스페셜'을 연재하고 있는 그는 "프로 레슬링 장면을 녹화해놓고 이를 한 장면씩 멈춰가며 만화를 그린다"며 "처음 해보는 소년만화라 어렵다. 슬슬 로맨스물로 돌아가고 싶을 정도"라며 환히 웃었다. 프로레슬링의 열성팬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프로레슬링을 즐겨 봤다는 그는 "일본 선수 미사와 미츠하루의 팬"이라고 밝혔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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