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결산 89%가 연말 집중…회계감사 '겉핥기' 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기업들의 결산시점이 연말에 너무 집중돼 날림 회계감사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상장사의 90%에 가까운 12월결산법인들에 대한 회계감사가 원천적으로 분식결산 감시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회계감사에 대한 법적 책임이 부쩍 강화되는데다 내년부터 대기업들은 결합재무제표까지 만들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 결산 연말집중현상은 부실회계를 더욱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높다.

◇ 결산기 편중실태 =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외부감사대상인 자산총계 60억원 이상 주식회사 8천3백9개중 무려 89.1%인 7천4백2개가 12월결산법인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전 86.5%보다 높아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들이 결산기를 정부회계연도에 맞추려는 관행이 뿌리깊은데다 회계감사를 한꺼번에 받음으로써 재무제표상의 여러 약점을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

◇ 부작용 = 12월결산법인의 회계감사 수요가 2, 3월에 한데 몰리면서 이들 기업에 대한 감사는 3명 안팎의 공인회계사가 한 팀이 돼 3, 4일간 후딱 끝내 버리는게 보통이다.

그러나 이러한 '회계특수' 가 지나면 2백명 안팎의 회계사 군단을 거느린 대형 회계법인들조차 일감이 없어 연말까지 업무공백에 시달려야 하는 실정이다.

안건회계법인의 한 공인회계사는 "결산기 연말편중 현상은 고객기업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회계감사 자유수임제도와 함께 부실회계의 구조적 원인" 이라고 말했다.

미국.일본 역시 정부회계연도가 끝나는 9월과 3월에 기업 결산기가 몰리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재무제표를 분식하는 악습이 우리보다 훨씬 덜해 결산기 편중에 따른 회계업무상 애로는 훨씬 덜 심각하다.

◇ 개선책 = 증권감독원 원정연 외부감사심의위원보는 "금융감독원이 정식출범하면 자율적인 결산기분산을 유도하는 각종 행정유인책을 마련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한 시점" 이라고 지적했다.

홍승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