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조비리 뿌리뽑는 계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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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지법 의정부지원에서 불거진 법조 비리 (非理)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법관들의 비리 부분은 대법원이 자체조사 후 징계위 회부, 지원 (支院) 판사 전원 교체로 일단락지었으나 시민단체들의 고발로 뒤늦게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한편 대한변협 윤리위는 비리변호사들을 적발하고 조사결과를 발표했으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윤리위원이 사퇴의사를 밝히는가 하면 수사의뢰 대상으로 지목된 변호사는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법관들은 검찰이 검사비리 부분은 외면한 채 판사.변호사의 유착관계만 과장해 흘렸다며 불평하고 있다.

사실 법조 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민들의 지탄을 받은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때마다 법조인들은 '한 식구' 라는 의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서로 덮어 주기 일쑤였으니 이렇게 문제가 커진 것은 자업자득 (自業自得) 이라 할 수도 있다. 법치국가에서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삼륜 (法曹三輪) 은 사회정의 실현의 마지막 보루다.

때문에 옛날부터 법조인에 대한 국민들의 신망과 기대가 남달랐다는 것은 법조인들 스스로도 잘 아는 일이다.

사회지도층으로, 양심세력으로 존경받아야 할 법조계 전체가 부정부패.비리의 온상으로 비치고 있으니 불행한 일이다.

이같은 풍조는 검찰이나 법원의 사건처리 결과에 승복하지 않도록 만들고 결국은 국가기관으로서의 존엄성과 공신력을 실추시키는 원인이 된다.

법관 비리에 대한 검찰수사는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검찰은 법관들의 비리내용을 확보해 놓고도 수사착수를 미뤄 비난받는 등 아직 수사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비리를 가장 먼저 캐낸 의정부지청의 주임검사를 수사에서 제외한 것이 좋은 예다.

이제 법조계도 달라져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검찰수사는 법조개혁의 호기라 할 수도 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법관.변호사 비리를 엄정하게 수사함은 물론 검사들의 비리 또한 외면하지 말고 철저히 밝혀 내는 아픔을 겪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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