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총리 인준 정국 비상]한나라당 거부 전략…기권이나 백지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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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5일 국회에 상정될 '김종필 (金鍾泌) 총리임명동의안' 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은 총력전 양상을 띠고 있다.

'반대' 당론을 확정한 한나라당은 이를 여하히 관철해낼지를 위한 '입체 전술' 짜내기에 고심하고 있다.

여당측이 기대하고 있는 자유투표 (크로스 보팅) 는 사실상 물건너 간 셈이다.

모양은 좋지만 이탈의원이 생겼을 때의 위험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찬성의사를 밝힌 의원도 상당수 있어 이들이 끝내 '소신' 을 굽히지 않는다면 오히려 한나라당이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가장 유력한 안이 백지투표나 투표거부다.

백지투표는 투표용지를 받되 기표소에 들르지 않고 바로 투표함에 넣자는 것. 기권으로 처리되면서 '출석과반수 이상의 찬성' 으로 규정한 임명동의안 통과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부결된다.

투표거부는 투표가 시작돼도 의석에 앉아 보이콧하자는 것이다.

역시 부결된다.

문제는 당일 한나라당의 출석의원수가 여당과 국민신당.무소속의원수를 합친 1백33석에 못미칠 경우다.

찬성표가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때는 한나라당이 본회의에 불참해 의결정족수 (재적의원 2분의1) 미달로 회의를 유회시킬 것 같다.

반대로 1백40명 이상이 모이면 크로스 보팅을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회의장에 입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내에는 의원수에 상관없이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말자는 주장도 있다.

계속 유회시키고 '총리서리체제' 를 지속시키면서 여권의 변화를 기다리자는 안이다.

이 경우 국정표류를 꾸짖는 여론의 비난이 부담이다.

당지도부는 동요하는 의원들에 대해서도 지역.상임위별로 단속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결전을 앞둔 한나라당이 어떤 전략.전술을 채택할지 흥미롭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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