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취업알선 기관 적성검사 건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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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예제1: 73+15=? 90363÷7= ?

.예제2: 왼쪽 그림과 같은 것을 오른쪽 네개 그림중 고르시오. 예제3: 좌우 글자가 같으면 표, 틀리면 ×표를 하시오. 을지문덕 - 을지문덕 ( ) , 덕수상점 - 덕수상사 ( )' . "처음 문제지를 받아보곤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초등학생용 IQ테스트도 아니고 성인 대상의 직업적성검사 문제가 이래서야 취업안내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 19일 오전 서울관악구봉천동 서울인력은행 직업상담실. 적성에 맞는 직종을 찾기 위해 적성검사를 받은 김모 (28.K대 법대 졸업) 씨는 "한시간 동안 덧셈.뺄셈.도형맞추기 문제 등을 풀려니 맥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며 어이없어 했다.

실직자와 예비구직자들이 자신들의 적성에 맞는 직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노동부 산하 46개 취업알선기관에서 무료로 해주고 있는 직업적성검사가 종류와 내용면에서 부실하기 짝이 없다.

현재 시행중인 적성검사는 '일반직업적성검사' 와 '직업흥미검사' 두가지. 구직자의 능력과 학력에 관계없이 이 두가지 검사만 치르다 보니 검사 자체가 형식적이어서 당사자에겐 짜증만 부른다.

그러나 취업이 급한 구직자들은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검사에 응하지 않을 수 없어 지난해 46만7천여명이 이 검사를 받았으며 올해 들어서도 실직자가 급증하며 수검자가 크게 늘고 있다.

이처럼 적성검사 제도가 부실한 것은 제도 개발을 맡고 있는 노동부 산하 중앙고용정보관리소에 적성검사 담당 전문직원이 한명뿐이어서 새 검사방법 개발은 물론이고 5년에 한번씩 해야 하는 재표준화 작업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용정보관리소 김우현 (金佑顯) 직업지도과장은 "현재의 시스템이 취업안내에 부적합하다는 사실은 잘 알지만 인력과 예산부족으로 전혀 손을 못대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50여개, 독일 34개, 일본 18개 등 대부분 선진국들은 세분화된 직종별 적성검사를 2~3일에 걸쳐 실시해 실직자들에게 정확한 직업을 안내해 주고 있다.

미국의 경우 모병 (募兵) 관련 적성검사 개발을 위해서만 최근 10년간 2천4백만달러를 투입했을 정도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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