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동물의 세계' 예산축소로 볼 기획 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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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재미있는 동물의 세계' (KBS1 월~금 오후5시30분)에는 가끔 동물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 동물 간의 의사소통이 아니라 대사를 꾸며 성우들이 말로 표현하는 부분이다.

3명의 작가가 돌아가며 만드는 동물들의 이런 대화 중에는 세태를 풍자하는 내용이 있다.

최근 대통령선거나 IMF등 화젯거리가 늘어나며 이런 대화들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했다.

얼마전 방송된 것으로 지금의 경제상황을 꼬집은 엄마 코끼리와 아기 코끼리의 대화가 대표적인 예. 엄마 코끼리와 아기 코끼리가 평원을 걷는 장면으로 아기 코끼리가 "나도 빨리 클테야" 라고 말하자 엄마 코끼리는 "빨리 크는 게 좋은 게 아니다.

나중에 거품 뺀다고 얼마나 고생하는데" 라고 답한다.

지난 연말의 대통령 선거도 좋은 소재거리였다.

장면은 인도네시아의 한 섬에서 어부가 늪지대로 걸어 들어가고 머리 위 나무에 새가 앉아 있는 것. 너무 단조로운 모습이라 작가는 새가 어부에게 말을 걸도록 만들었다.

"군대간 아들 잘 있수? 더운데 고생 많겠네. 그래도 군대 가고 속 편한게 났지. "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 아들의 병역 문제를 빗댄 표현이다.

지난해 여름 북한의 식량난이 온 국민의 관심사였을 때의 일. 대머리 독수리 부부의 대화다.

대머리 독수리는 다른 새가 잡은 물고기를 훔치는 습성이 있다.

"성과가 있어?" "두 마리 훔쳐서 하나는 북한 어린이에게 보내려 했는데, 잘 안되네. " "쯧쯧, 한국 음식물 쓰레기의 10분의 1만 있어도 북한 어린이들을 구할 수 있다는데…. " 이처럼 세태를 풍자하고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하는 대사들이 앞으로는 크게 줄어든다.

환율이 크게 올라 프로그램을 전부 수입하는 '재미있는 동물의 세계' 는 제작비 절약 차원에서 몇 번 재방송을 해야할 입장. 때문에 특정한 시기의 세태를 풍자한 대사는 재방송에서 엉뚱한 소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대사가 나오는 장면은 일부분이므로 재방송 때 그 부분만 다시 녹음을 하는 정도의 노력은 기울이는 것이 시청자를 위한 최소한의 서비스라는 지적도 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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