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위한 TV프로가 없다…낮방송 단축으로 시간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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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린이를 위한 TV 시청 시간대가 없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올 초 낮 방송을 1시간 단축하며 오후5시~7시 어린이 프로그램을 크게 줄인데다가 이 시간대에 예고편까지 폭력.선정적인 것들을 마구잡이식으로 내보내고 있다.

현재 어린이 시간대인 평일 오후5시에서 7시까지 전체를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채우는 채널은 KBS2 밖에 없다.

SBS는 5시45분부터 7시까지 만화 2편을 내보내고 있으며 KBS1은 매일 30분짜리 '재미있는 동물의 세계' 1편뿐이다.

MBC는 25분짜리 만화 1편이 고작이다.

뿐만 아니라 이 시간대 프로그램에 어린이에게 부적절한 내용까지 방송되고 있어 커다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MBC의 종합정보 프로그램 '화제집중 생방송 6시' . '화제집중…' 은 2일 클린턴 성추문 문제를 다루며 성을 직접적으로 표현만 말들을 여과없이 그대로 내보내기까지 했다.

이는 '어린이 및 청소년 시청 시간대에는 시청자의 정서 발달과정을 고려해야 한다' 는 방송심의규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사례다.

이 시간대에 방송되는 예고편들도 문제.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는 최근 2일부터 6일까지 KBS.MBC.SBS 3사의 어린이 시간대 예고방송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KBS는 드라마 '맨발의 청춘' 에서 칼을 휘두르고 싸우는 장면을 이 시간대에 예고로 내보냈다.

MBC도 주말영화 예고에 쇠줄로 목을 감아 살해하는 장면이 있었으며 SBS는 18세 이하 시청불가인 '모래시계' 의 예고가 어린이 시간대에 나갔다.

운동본부가 어린이 시간대에 방영하기에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한 예고는 3사를 통틀어 5일간 모두 25건이나 됐다.

방송사들이 매일 한차례 이상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예고를 어린이들에게 보여줬다는 얘기다.

방송 예고의 경우 '프로그램 예고는 시청 시간대에 적합한 윤리적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 는 심의규정이 있다.

방송위원회도 이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실련 방송모니터 정란아 간사는 "이 시간대 프로그램이 어린이에게 미칠 영향을 신중히 고려해 방송을 내보내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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